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10] "당신은 코리안인데 시의원 되면 공평하게 일한다고 어떻게 믿죠"

나는 최석호 위원을 만나 이미 기금 모금 파티도 했으니 한인사회의 여망을 존중해서 최 위원이 양보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최 위원의 입장은 단호했다.

나는 무명 인사고 자신은 이미 유명 인사가 되었으니 오히려 내가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몇 차례 더 만나 단일화를 위한 협상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나는 나대로 나를 필승 카드로 내세운 민주당을 생각하면 혼자만의 판단으로 접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단일화는 물 건너갔고 이제는 앞만 보고 달리는 길밖에 없었다.

후보는 모두 7명이었다. 이 중에서 3명이 시의원으로 선출되는 것이다. 우리 팀에서는 베스 크롬 후보와 함께 시장 임기를 마치고 시의원에 다시 도전하는 에이그런과 내가 반드시 당선되어야 계속해서 다수파majority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5월 말까지 포스터와 전단지를 만들고 기금 모금을 계속하면서 본격적인 캠페인을 준비했다. 6월부터는 에이그런 시장과 약속한 대로 집집마다 찾아다니는 '발바리 캠페인'을 시작했다. 무명 인사인 나로서는 발품을 팔아 유권자 한 명 한 명에게 얼굴을 알리는 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오전에는 사람들이 대개 집에 없기 때문에 주로 오후 시간을 택해 돌아다녔다. 하루 4시간 정도 가가호호 문을 두드리며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보수적인 주민들은 "당신은 코리안인데 시의원이 되면 코리안만 위해서 일할 것 아닙니까.

모든 주민을 위해서 공평하게 일한다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믿지요?"라거나 "시의원이 되면 주민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건가요?" "왜 시의원이 되려고 합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충분히 이해했다. 만약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한국으로 이민 온 사람이 어느 도시의 시의원이 되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서슴없이 그 사람을 지지할 수 있을까?

똑같은 질문이 계속 나왔지만 나는 녹음테이프를 틀 듯 "나는 어바인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시의원이 되겠습니다. 나는 우리 어바인을 가장 안전한 도시 교육과 환경 면에서 미국 최고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라고 설명하며 지지를 구했다.

발로 뛰면서 주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킨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와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었다. 육체적으로도 견디기 힘든 도전의 나날들이었다. 자신감 하나로 뛰어들기는 했지만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회의가 들기도 했다. 하루 네다섯 시간을 쉬지 않고 다녀도 150~200가구가 고작인데 1만 가구를 어떻게 돌아야 할지 앞이 막막했다.

캘리포니아의 태양은 강렬하기로 유명하다. 더구나 여름에 그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일은 정말 고역이었다. 게다가 자원봉사자도 없던 시절이라 방문 유세는 고군분투 그 자체였다.

2주 정도 지나니까 피로가 물밀듯 밀려오고 정신까지 혼미해지는 듯했다. 포기해 버릴까 그냥 홍보 우편물이나 발송하고 모임에 나가서 얼굴이나 알리는 손쉬운 캠페인으로 바꿀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오늘은 몸이 피곤하니까 하면서 어떻게 하면 방문 유세를 빼먹을까 궁리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계속>

글.사진=올림 출판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