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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인물열전] 디나, 성서속 첫 '성폭력 희생자'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역사적으로 여성들에게 행해지는 가장 끔찍한 폭력 가운데 하나는 성적 폭력과 유린이다. 2차 세계대전 시 독일 병사들은 유럽 전역에서 점령지의 여성들을 겁탈하였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 병사들은 독일 여성들을 겁탈하였다.

최근 아프리카 내전 중 종족 간 자행된 조직적인 강간은 타종족에 대한 증오와 폭력이 낳은 악순환의 결과이다. 디나의 강간 사건은 성서 속 최초의 성폭력 사건이며 나아가 그 사건으로 인하여 한 일족의 살해와 그 도시의 유린이야기로 전개된 폭력의 악순환이 낳은 생생한 비극적 이야기이다.

이러한 폭력의 악순환의 단초가 된 것은 족장 야곱의 외동딸 디나의 겁탈 사건이었다. 디나는 주변 지역 여자들을 보러 나들이 갔다가 그 지역 족장의 아들인 세겜에게 강간을 당했다.

그런데 사건은 묘하게 흘러 세겜은 디나를 강간 한 후 실제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야곱에게 혼인을 허락해 달라고 청한다.

세겜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인 하몰까지 나서서 디나에게 행한 잘못에 대해 야곱과 그의 12아들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야곱의 12아들들은 혼인이 성사되려면 세겜과 그의 모든 부족이 할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그들은 기꺼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의 약속의 증표인 할례를 구실삼아 야곱의 12아들들이 조직적인 폭력과 살해를 획책하고 있음을 세겜 일가는 꿈엔들 생각했겠는가? 할례로 인한 쓰라린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세겜 일가의 남자들은 힘 한 번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야곱의 아들인 시므온과 레위에 의해 모조리 살해됐다.

디나의 강간은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세겜 일가의 멸절로 치닫는 끔찍한 폭력을 낳게 되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피해당사자인 디나는 일언반구의 입장 표명 없이 줄곧 침묵을 지킨다.

디나의 침묵은 성폭력으로 인하여 자신이 경험한 정신적 외상(外傷)과 더불어 자신이 빌미가 된 세겜 일가의 멸절로 인한 충격 때문은 아닐까? 폭력과 보복의 고리를 끊지 않는 한 그 고리 안에 묶인 모든 이들의 운명은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고 함께 몰락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과도 같다. 폭력의 악순환과 보복의 대물림을 끊을 때 이 땅에서 천국은 거반 완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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