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9] "나는 유명인사이니 당신이 포기하시오"
정치자금은 개인들이 우편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의 선거 사무실로 보내는 수표로 모으기도 하지만 특정 장소에서 지지자들이 모여 저녁을 함께 먹으며 후원금을 모으는 '기금 모금 파티'(fund-raising party)가 일반화되어 있다. 이런 방식은 지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분위기를 달구는 효과뿐 아니라 언론 홍보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어 주요한 선거운동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내가 기댈 곳은 역시 한인사회뿐이었다. 시의원 출마 기자회견을 했던 LA 한인타운 옥스퍼드 팰리스 호텔에서 2월 17일 첫 기금 모금 행사를 가졌다. 이어서 그 다음 주에 오렌지카운티의 라마다 호텔에서 두 번째 행사를 열었다. 에이그런 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내가 꺼내기 힘든 돈 이야기를 자신이 직접 한인들에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는 왜 자기가 강석희를 정치적 동반자로 선택했는지에 대해서 열변을 토한 뒤 강석희를 위한 재정적 후원을 부탁했다. 그의 연설에 감동받은 많은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수표를 써주었다.
이 두 번의 행사를 통해 무려 7만 달러의 돈이 모였다. 그만큼 동포사회의 지지는 뜨거웠다. 출마 기자회견을 한 뒤 한 달도 안 돼 7만여 달러를 모으자 에이그런 시장은 깜짝 놀랐다. 그도 수많은 기금 모금 행사를 해왔지만 한 번 행사에 1~2만 달러만 모아도 성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한인사회의 적극적인 지지에 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키 정말 인기가 대단하군. 당신의 잠재력이 놀랍소.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라며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나는 많은 사람이 단지 동포라는 이유로 내게 그토록 열성적인 후원을 보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의 나의 활동을 인정해 주는 것이고 나에 대한 신뢰를 표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한인사회에서 열심히 발로 뛰었던 것이 결코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자족감이 드는 한편으로 이런 엄청난 신뢰를 보여주는 동포사회에 실망을 안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한인동포사회의 성원을 한 몸에 받으면서 캠페인을 착착 준비하고 있을 즈음 뜻밖의 변수가 발생했다. 어바인 시의 교육위원이었던 최석호 씨가 시의원 출마를 발표한 것이다. 최 위원은 공화당 소속으로 우리 쪽으로 봐서는 라이벌이었다.
한인 시의원 한 명을 탄생시키자면 얼마 되지 않는 한인 표를 모두 긁어모아도 아쉬울 판인데 한인 후보가 두 명이나 나서면 둘 다 떨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 위원은 어바인에서 SAT학원을 운영하면서 교육위원을 두 번이나 지냈기 때문에 인지도 면에서 나보다는 훨씬 앞서 있었다. 내가 불리할 것은 누가 보더라도 자명했다.
한인 언론들은 과거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김영삼과 김대중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군부 정권을 연장시켜 준 뼈아픈 과거를 상기시켰다.
이들은 사설을 통해 후보 단일화를 이루라고 촉구하면서 두 사람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고집을 부리면 필패라고 지적했다. 큰 암초에 부닥친 느낌이었다. 최 위원이 시의원에 출마할 것이란 예상은 조금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계속〉
글.사진=올림 출판사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