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인물열전] 스테반, 복음외친 '첫 순교자'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죽기 전에 그가 남긴 말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처형되기 전에 하신 말씀을 연상케 한다.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주여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조상들의 유전과 전통에 대해 강한 민족적 자긍심을 지녔지만 허울뿐인 동족들을 향해 스테반은 거침없이 "목이 곧고 마음과 귀에 할례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면서 그들의 완악함을 고발하였다. 유대교를 떠받치는 두 기둥에 해당되는 성전과 율법을 폄하하는 것으로 비춰진 스테반의 설교에 분기탱천한 그들은 그를 석형하였다.
스테반은 이방 출신의 헬라파 유대인으로서 오순절 성령강림후 사도들의 가르침에 크게 변화를 받은 초대교회 일곱 집사 가운데 대표적인 사람이었다.
사도들이 기도와 말씀 사역에 전무(專務)하기 위해 그들이 이제까지 해왔던 구제와 봉사 사역을 맡길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일곱 집사를 선출했으니 그들 가운데 한 명이 헬라파 유대인이었던 스테반이었다.
디아스포라 유대인으로서 이방지역에서 생활하다가 최근 예루살렘으로 역이민 온 사람들이 헬라파 유대인 크리스천들이었다.
따라서 그들의 신학적 정서는 예루살렘 본토박이 유대인 크리스천들과는 맥을 달리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헬라파 유대인 크리스천들의 대표자였던 스테반의 설교는 동족들의 분노를 사게 되어 결국 예루살렘 교회가 박해를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동족들의 죄악을 낱낱이 고발하면서 그들이 십자가에 처형시킨 예수님이 그리스도요 하나님의 아들임을 거침없이 설파했던 스테반 같은 이들의 기개와 열정과 희생은 사실 초대교회를 생존케 한 맥박과도 같았다.
스테반의 선포로 드러난 자신들의 치부와 죄악을 은폐하기 위하여 유대인 동족들은 돌로 쳐서 그의 입을 막았지만 오히려 그 사건은 복음이 들불처럼 번지는 서곡이 되었다.
스테반 순교의 후일담은 그의 순교현장에서 그것을 목도한 바울의 회심과 선교이야기로 이어지게 되었으니 한 희생 속에 담긴 그 의미는 때로 우리 눈에 포착되지 않은 신비로 가득 차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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