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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 [강석희 어바인 시장 자서전 '유리천장 그 너머'-4] 한인사회 민간 정치인 활동 "아! 이런 맛에 정치하는구나"

◇수키 캥 주사위를 던지다

2003년 말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일요일 아침이었다. 에이그런 시장이 할 말이 있다며 나를 찾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연휴에 들어가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데 모여 모처럼의 시간을 갖는 때여서 웬만해서는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약속을 잡지 않는 게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그것도 일요일 아침에 나를 보자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에 그가 나에게 정치에 나설 생각이 없느냐고 툭 던지듯 물어보았던 것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런 시기에 불쑥 만나자고 하는 걸 보니 뭔가 심상치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약속 장소는 미국인들이 휴일이면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즐겨 찾는 '아이홉'이라는 프랜차이즈 식당이었다.

'아니 그냥 밥이나 먹자는 건지도 몰라.' 이런저런 추측을 하며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뜻밖에 안면이 없는 다른 백인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었다. 평소 허물없이 농담을 던지던 에이그런 시장까지 다들 자못 진지한 표정이었다.

가벼운 자리가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얼핏 스치며 나도 모르게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몇 마디 의례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은 뒤 에이그런 시장이 대뜸 본론을 꺼냈다. "수키 내가 지원해 줄 테니 어바인 시의원에 출마하지 않겠소?"

순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피할 명분도 이유도 없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대답한다면 나 스스로는 물론 그들에게도 정직하지 않은 사람으로 비칠 것이 뻔했다.

얼떨결에 불려나간 그 자리는 '정치인 강석희'의 가능성과 내 의중을 타진하기 위한 면접 장소가 되고 말았다. 초면의 두 사람은 내 반응을 열심히 평가하고 있었다.

그 전까지는 내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뿐이지 민간인 신분으로 준정치적인 활동에 깊숙이 관여해 온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미국 민주당을 지지하는 한인 인사들의 후원 모임인 한미민주당협회 회장과 고문 그리고 한미연합회 이사장 직책을 맡으면서 다양한 민간 정치 활동에 참여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활동이 하나둘씩 결실을 거두면서 정치하는 맛 정치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보람을 간접 체험하기도 했다. '아 이런 맛에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간간이 들었다.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이라는 목표를 위해 사회 활동에 뛰어든 이후 마치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리듯 나는 점점 속력을 내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할 일은 점점 더 많아졌다. 그렇게 바쁘게 뛰어다니는 동안 나는 어느덧 한인사회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회 활동가 민간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

융통성 없는 법 집행으로 떡을 냉장고에 넣어서 판매하라는 캘리포니아 위생당국의 말도 안 되는 조치에 한인사회와 함께 대응해 상온에서 24시간까지 보관하고 팔 수 있게 하는 예외 법안을 만들게 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동포들이 많이 속해 있는 세탁소 업계에서 환경오염을 이유로 그동안 써오던 기계를 바꾸라는 법안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도 적극 나서서 시행을 막았다.

법안대로라면 한인 세탁업소들은 줄줄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었다. 한인단체들은 세탁협회와 손잡고 영세업소들의 형편을 고려해 법안 시행을 연장해 달라는 운동을 벌여 이를 관철시켰다.〈계속〉

글.사진 제공=올림픽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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