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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환경학적 관점서 본 산불···산불, 허리케인 보다 센 '재해의 악동'

인위적으로 막으면 더 큰 재앙 부를 수도
피해를 최소화 하는 차원에서 대응해야

산불이 이렇듯 골치를 썩이는 이유는 그 발생과 전개 과정이 다른 재해에 비해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조차도 이른바 ‘산불의 과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최근 십수년 사이 산불은 사람들을 놀리기라도 하듯, 특히 캘리포니아 등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더더욱 기세를 떨치고 있는 양상이다. 생태학과 환경학적 관점에서 산불이라는 존재를 조명해 본다.

# 산불은 자연의 몸부림?

산불에 대한 당국의 대처는 갈팡질팡 말 그대로 갈짓자의 역사를 보여준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산불은 났다하면 무조건 잡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1950년대 들어 전문가들은 다른 생각을 품게됐다.

벼락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스런' 산불은 사람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만 대응해야 할 뿐 그대로 놔두는 게 최선책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산불을 자연스런 생태 순환의 일부분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산불이 빈발했던 옐로스톤 국립공원 일대에서 1970년대까지 치열하게 진행된 현장 연구는 산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데 단단히 한 몫을 했다. 옐로스톤 생태계는 어쩌면 인류의 역사보다 더 오랜 세월 나름대로 산불에 대응을 해왔음이 밝혀진 것이다.

옐로스톤을 비롯해 서부 지역 어디에나 흔한 롯지 폴(Lodge Pole) 소나무가 대표적인 예다. 이 소나무의 솔방울은 웬만한 망치로 쳐도 깨기 어려울 정도로 단단하게 고화된 송진이 가득한데 산불이 나면 송진이 녹아내리면서 씨앗이 모처럼 발아되는 기회를 잡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산불에 타고 남은 나무의 재들은 비료 역할을 해 발아된 씨앗의 생장을 더욱 촉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더글라스 퍼(Douglas-fir)로 불리는 미송의 일종은 아주 껍질이 두꺼워 보통 정도의 산불에는 껍질만 탈뿐 속은 멀쩡해서 산불에서 잘 살아 남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껍질이 얇은 화이트바크(Whitebark) 소나무와 엥겔만 전나무들은 산불이 일어나기 힘든 고산지대에 적응해 살도록 진화함으로써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까지의 연구는 한마디로 산불이 생태계의 세대 교체를 촉발하는 요인으로 인식되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이 같이 자연스런 산불을 인위적으로 막았을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자연스런 발화를 억제하면 결국 과도하게 숲이 빽빽해지고 빽빽해진 숲은 연료 창고에 석유를 넘치도록 부어놓은 것이나 다름없어 이후 한번 산불이 났다하면 걷잡을 수 없는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산불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지역에까지 주택이 속속 들어서면서 소방 당국과 전문가들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를 솎아내는 간벌을 하는 등의 정책을 부분적으로 시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산불 발생을 마냥 내버려두지도 적극적으로 억제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처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 자연의 복수가 시작됐나

산불 발생이 최근 들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산불 위험 지역 근처에 주택수가 전국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위스콘신대학 연구팀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82년 이래 서부지역에서만 무려 860만채의 주택이 국립산림지대(내셔널 포리스트)로 부터 30마일 이내 지역에 들어섰다.

미국내 대형 산불의 거의가 내셔널 포리스트와 그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내셔널 포리스트 인근에 신축 주택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공기가 맑고 주변 자연 경관이 뛰어난 등 일반적인 주거 여건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할 경우 진화 비용은 고스란히 세금으로 메워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내셔널 포리스트 인근 지역의 주택의 장점은 입주자들의 몫인 반면 산불이 발생했을 경우 진화 등에 사용되는 돈은 타인들의 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한 예로 캘리포니아에서만 지난 2007년 한해 10억 달러에 가까운 예산이 산불 진화에 투입됐다.

내셔널 포리스트와 주변지역에서 산불은 해를 더할수록 빈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많은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하기 좋은 여건이 된데다 산림 지역 인근 거주자들이 늘면서 실화나 방화의 가능성도 그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생태학자들은 산불로 인한 주택 소실 등을 일종의 인과응보로 보고 있다. 자연스럽게 남겨둬야 할 산림 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 등이 산불재해 등의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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