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인물열전] 요나, 콤플렉스 걸린 예언자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어머니 뱃속 시절을 그리워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퇴행적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일종의 정신적인 '광장공포증'이 아니겠는가? 이런 장애가 있는 이들은 넓디넓은 우주를 만드신 하나님이 내리신 세상 바깥으로 나가라는 명령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그야말로 대책 없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자신의 철옹성 같은 의식 속에 갇혀 하나님의 말씀을 판단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콤플렉스로 인해 2500년 전부터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인물이 있으니 다름 아닌 요나이다.
요나는 니느웨(아시리아의 수도)로 가서 그 도시가 죄악으로 가득 차 징벌 받을 것임을 예언하라고 하나님으로부터 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그 도시의 멸망을 원한 요나는 하나님의 명령을 무시한 채 니느웨와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배를 타게 된다.
그러나 예기치 않던 거센 태풍이 배를 덮치고 그로 인해 바다에 던져진 요나는 큰 물고기에 삼켜진 채 사흘 밤낮을 그 속에서 지내다가 기도를 올린 후 뭍으로 토해져 마지못해 니느웨로 가서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한다.
억지춘향이로 전한 그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그 도시의 왕과 모든 백성이 회개하게 되었으니 당시 요나의 표정이 자못 궁금하다. 그 일 이후 요나의 행동이 참 가관이다. 요나는 그 도시 밖으로 가서 초막을 짓고 그늘 아래 앉아서 그 도시가 파멸될 것을 기다린다.
그때 그늘을 드리워 요나가 더위를 피할 수 있게 해 준 박넝쿨이 큰 벌레가 쏠아 먹어 죽게 된다. 그 박넝쿨을 위해 어떤 수고조차 하지 않았던 요나가 그것이 죽은 데 대해 비통해 하며 아까워하자 하나님은 이런 말씀으로 요나를 일갈(一喝)하신다.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 이만여 명이요 가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
잠시 잠깐 있다가 사라져 버릴 박넝쿨 잎을 아끼고 사랑하면서도 12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육축들의 생명에 대해서는 그토록 무정하게 대하는 그 완악함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민족 인종 이념 관습 교리라는 박넝쿨은 보면서도 종교의 본질인 '사랑'을 외면할 때마다 우리 자신이 영적인 '요나 콤플렉스'에 걸려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 진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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