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인물열전] 도마, 의심으로 믿은 순교자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요한복음에 따르면 도마는 "나의 주시며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라고 하는 예수께 바칠 수 있는 최상의 고백을 한 것으로 묘사된다.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한 베드로와 비교해 보면 기실 그렇다. 이러한 도마의 고차원적 신앙고백과는 대조되는 그의 닉네임은 '의심하는 도마'인데 그것은 제자들 가운데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았던 그의 언행에서 유래된 것이다.
요한복음 20장에 따르면 도마는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바로 그 현장에 마침 없었다.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전한 예수님의 부활 소식에 그는 냉철한 이성적 잣대로 예수님의 부활과 관련된 진실게임을 풀려고 하였다.
도마는 "내가 그 손의 못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고 단호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보고서도 다른 인식과 제각각의 해석을 내놓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나아가 단순히 우리의 오감(五感)에 기초한 인식의 차원에서 포착되지 않은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믿음은 인식과 경험을 때로 넘어선다.
도마 이야기는 예수님의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종결된다.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이런 점에서 도마는 보지 않고서도 믿을 수 있는 성숙한 믿음의 단계에 오르지 못한 믿음의 날개를 반쯤 접은 이들을 대변한다고나 할까.
그러나 '의심하는' 도마는 의심의 안개 안에 갇혀 생을 마감하지는 않았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멀리 인도까지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마의 생애가 보여주는 것처럼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때로 진리를 향한 의심과 진지한 회의는 믿음의 열매를 알차게 영글게 하는 자연스런 과정인 것이다. 그러기에 짚어가며 믿으려 하는 이들을 너무 타박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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