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최고 부촌 벅헤드의 ‘불편한 진실’
범죄·도로 경주 등으로 부촌 이미지 타격
벅헤드 주민들 “집에서도 총소리 들려” 호소
‘애틀랜타 시가 벅헤드에 특별 배려’ 비판도
2일 애틀랜타 저널(AJC) 보도에 따르면 부와 정치적 영향력을 자랑해온 벅헤드의 명성과는 달리 최근에는 주민들이 불안을 느낄 정도로 수시로 총성이 들리고,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명품상가 거리에도 총격사건이 벌어지는가 하면, 밤에는 불법 자동차 경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벅헤드 주민들은 최근 애틀랜타 시의회에서 수 시간 동안 치안 악화 문제를 거론하며 시와 경찰 당국이 범죄 근절과 불법 경주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범죄 단속과 치안유지에 필요한 경찰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벅헤드의 90% 이상 커뮤니티가 경찰의 추가 순찰과 감시 카메라 운영을 위해 돈을 더 내고 있다.
애틀랜타 시의원 J.P. 맷지그카이트는 최근 레녹스 몰 백화점 내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을 거론하며 “언제 니만 마커스 백화점 안에서 총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 이젠 눈앞에서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벅헤드 주민들의 불만에 대해 시 의회는 강력한 도로경주 처벌법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타운마다 범죄 단속과 치안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특별히벅헤드가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에 시 정부가 이처럼 특별히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적지 않다. ‘흑인 퓨처리스트 그룹’이라는 인권단체를 설립한 데빈 배링턴 워드는 “벅헤드 거리의 자동차 경주 문제에 대해 시가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뭔가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물론 키이샤 랜스 바텀스 시장은 그 같은 견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그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 “시 정부는 모든 커뮤니티에 공평한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경찰 통계만 보면 2009~2019년 10년간 애틀랜타의 범죄율은 하락세를 나타냈고, 같은 기간 벅헤드 지역의 중범죄 건수도 11% 감소했다. 올해도 벅헤드 지역에서 살인사건은 늘지 않았다. 작년과 비교해 중범죄 건수는 14% 줄었다.
다만, 올해 들어10개월 동안 도둑과 강도는 줄어든 반면 신체에 해를 끼치는 가중 폭력과 차량 절도는 늘었다. 주민들은 특히 자동차 경주, 총격, 식당과 술집에서의 싸움 소리를 자주 듣는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피치트리 인근 가든 힐스에 사는 찰스 메리웨더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은 두려움과 좌절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때때로 집에서도 자동차 경주 소음과 총성을 듣는다. 그는 피치트리 로드에 즐비한 나이트클럽에서 범죄가 판치던 2000년대 초를 떠올리며 “무법천지로 변해가는 요즘 상황이 옛날로 다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시 정부는 벅헤드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강력한 유흥가 단속에 나섰고, 상당수 클럽이 자진 폐업하면서 대신 명품 상가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벅헤드 지역의 인종적 역학관계도 미묘한 갈등을 낳고 있다. 벅헤드 주민은 대부분 백인인 반면 거리 경주와 같은 단속 대상은 주로 흑인이다. 2000년대 초 나이트클럽들에 대한 대대적 단속이 시작되면서 벅헤드에서 흑인들을 쫓아내려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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