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휘트니 올랐다···윤주형군 최연소 등반 기록 3개월만에 경신
출발 7시간만에 정상
알래스카의 매킨리를 제외하면 미국 최고봉인 휘트니는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정상도전을 꿈꾸는 곳이다. 그러나 휘트니는 꿈꾼다고 모두 오르는 봉우리는 아니다. 4421미터의 높이가 말해주듯 휘트니에는 고소증과 변덕스런 날씨 돌풍 등 여러가지 복병이 숨어있다. 지난 4월말에는 LA의 한인 여성 산악인이 이 봉우리에서 운명을 달리하기도 한 난코스다.
지난 3일 오후 출발지점인 휘트니 포털(Whitney Portal)에 도착해 야영을 한 일행은 다음날 새벽 3시 폭포와 계곡 물소리에 눈을 떴다. 당일용 퍼밋을 받은 등정대는 하루만에 등반을 끝내야 하기에 잠시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윤 군을 포함한 밸리산악회 회원 10명이 악명높은 '99 스위치백'에 도달한 시간은 새벽녘. LA에서는 한여름의 더위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하는 7월인데도 아이젠과 피켈이 없으면 오르지 못할 설사면이 버티고 있어 일행을 주눅들게 했다. 몇몇 대원은 고산증세로 졸음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99 스위치백을 지나 능선에 올라서니 일행을 천 길 아래 낭떠러지로 날려버릴 듯 세찬 돌풍이 몰아친다. 출발지점에서 하나였던 일행은 몇 팀으로 나눠진지 오래였다. 윤 군은 선두그룹에 끼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정상으로 나아갔다.
오전 11시 드디어 정상에 섰다. 출발한 지 꼬박 7시간 만이다. 고산증으로 인한 어지럼증 체력저하 두통에 시달리며 이뤄낸 개가다. 아버지 윤청식 씨에게는 힘들다고 칭얼댈 나이에 생애 최고봉 등정을 해낸 아들이 그 어느 때보다 듬직하고 대견한 순간이었다.
윤 군은 "하산길에는 고산증으로 무척 힘이 들었어요. 아버지와 어른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한인으로 본토 최고봉을 독립기념일에 올라서 더욱 더 기뻐요."
아버지와 함께 매달 두 번씩 밸리산악회의 정기산행에 참가하며 이번 등정을 준비해 온 윤 군은 11살이던 2007년에 이미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거쳐 성삼재에 이르는 23마일 지리산 종주 코스를 하루만에 끝냈다.
올해 4월에는 그랜드 캐년 '사우스 카이밥 트레일'(South Kaibab Trail)에서 팬텀 랜치를 거쳐 '브라이트 앤젤 트레일헤드'(Bright Angel Trailhead)까지 약 17마일을 10시간만에 주파 '동료 산악인'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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