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인물열전] 삼손, 죽어서 산 '진짜 영웅'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그러나 한 여인의 간교에 빠져 자신의 힘의 원천을 누설한 후 그 힘이 거세당하고 두 눈 알이 뽑힌 채 노예가 되고만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남자. 결국 적지의 신전 두 기둥을 뽑아 엎음으로써 수많은 적군과 함께 장렬한 죽음을 택한 비극의 주인공.
누구의 이력인가? 그리스 신화의 영웅 가운데 한 명인 헤라클레스와 늘 함께 비교 회자되는 삼손의 이력이다. 삼손 이야기는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지구인 가자를 무대로 펼쳐진다.
삼손은 약 40년간 이스라엘이 그 숙적인 블레셋의 지배를 받고 있던 암울한 시대에 전설적인 전사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삼손은 태어날 때부터 하나님을 위해 성별된 나실인이었지만 탈선하여 정신적 나약함과 윤리적 결함을 지닌 그러기에 전형적 영웅의 모습에서 동떨어진 삶의 행로를 걸어간다. 삼손은 여색을 좋아하며 때로 초인적인 힘을 사용하여 무차별적으로 살육한다.
불레셋 출신 기생 데릴라의 간교에 넘어가 발설해서는 안 되는 자신의 힘의 원천이 머리카락에 있음을 누설함으로써 결국 그의 생애는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사실 그의 힘의 원천은 머리카락이라기보다는 하나님과의 서약에 있었다.
삼손은 자신이 지닌 인간적 약점으로 인하여 배반을 당하고 그것에 격정적인 분노에 찬 보복을 가하고 다시 역보복을 당함으로써 자신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에 불행의 악순환을 가져왔다.
현대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패륜아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서는 오만함에 빠져 작은 신처럼 교만하게 행동하는 삼손에게 그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삼손과 이스라엘 배후에서 역사를 주관하고 계신 하나님이 그 주인공이다. 성서의 세계에서 인간의 영웅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
삼손은 결국 죽음으로써 그에게 예언된 소명을 수행하고 참된 승리를 가져온다. 성서는 역사 속에서 활동하는 하나님의 숨겨진 손의 행방을 알고 그것에 순응하는 자 그가 진정한 영웅임을 이야기한다.
이것이 인간적 영웅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육신의 눈이 멀고서야 영안이 열린 삼손에게 우리가 들어야 할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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