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인물열전] 욥, 하나님을 깨달은 자
이상명 교수/미주장로회신학대 신약학
전능한 신이 만든 이 세상에 악은 존재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의 심연에서 그 고통의 이유를 물을 때 종적을 감춰 버리는 신의 이야기. 영화 '밀양'보다도 더 진지하게 인간의 고난 문제에 대해 지혜를 찾고 있는 작품이 바로 '욥기'이다. '욥기'가 던지고 있는 화두는 이것이다.
"왜 선한 사람이 고통을 받는가?" 그런 점에서 밀양의 주인공 여자의 경험은 욥 이야기의 변주(變奏)이다.
욥은 하나님이 인정하실 만큼 의로운 자였다. 이런 욥에게 다가온 시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가뭄과 재해로 인해 소유하고 있던 물질을 다 잃어버렸고 하루아침에 그의 열 자녀가 몰살되었고 게다가 자신의 온 몸에 창병이 돋아났다.
그 뿐인가 아내가 "여호와를 저주하고 죽으라"는 폭언을 남기고 떠나 버렸다. 욥은 잿더미 위에 앉아 깨진 기왓장으로 가려운 몸을 긁으며 이 모든 일에 자신의 무죄함을 하나님께 탄원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의 이유와 당하는 고통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욥은 하나님 앞에서 자기 변론과 항의와 함께 탄식을 쏟아낸다. "어찌하여 나에게서 얼굴을 돌리시고 이 몸을 원수로 여기십니까?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답변은 우주 삼라만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그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주관하며 보존하신다고 하는 재천명이었다.
창조주와 역사의 주권자 앞에서 욥의 질문인 "왜 내가 고난 받아야 하는가?"는 의미를 상실하고 만 것이다.
하나님의 우주적 계획 속에 고통의 신비 또한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욥은 정의로운 하나님의 신비스러움을 한낱 피조물인 자신이 완전히 파악할 수 없음을 고백한다.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고난의 의미를 안다면 그는 신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욥은 우리 인간이 삶의 의미와 신비를 파헤쳐 그 궁극적 의미를 깨닫기에는 한계가 있는 존재인 것을 이야기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을 당할 때에도 그것을 스스로 감내하려는 자세로 살아갈 때 그 고통이 하나님과 인생의 신비에 다가가는 창(窓)이 된다는 것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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