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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목사 이름 딴 피란선…차별과 굴곡의 아픔 곳곳에

6·25 70주년 특별기획 ㅣ 원산 철수의 기적 ‘레인 빅토리호’를 가다

레인 빅토리호의 위용. 10년 전인 지난 2013년 7월 27일 한국전 정전협정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철수 당시 승선했던 한인들이 레인 빅토리호에 승선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레인 빅토리호의 위용. 10년 전인 지난 2013년 7월 27일 한국전 정전협정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철수 당시 승선했던 한인들이 레인 빅토리호에 승선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화장실…원산, 흥남철수 당시 피란민들을 위해 바다로 대소변이 바로 떨어지게 만든 간이 변기.

화장실…원산, 흥남철수 당시 피란민들을 위해 바다로 대소변이 바로 떨어지게 만든 간이 변기.

지프차…레인 빅토리호 화물칸에 설치된 미니 전쟁 박물관. 월남전 참전 지프타가 보인다.

지프차…레인 빅토리호 화물칸에 설치된 미니 전쟁 박물관. 월남전 참전 지프타가 보인다.

참전 기장…한국전과 월남전을 누빈 레인 빅토리호의 우현 갑판에 장식되어 있는 참전 훈장과 기장.

참전 기장…한국전과 월남전을 누빈 레인 빅토리호의 우현 갑판에 장식되어 있는 참전 훈장과 기장.

선장실…레인 빅토리호의 선장실. 침실과식당,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선장실…레인 빅토리호의 선장실. 침실과식당,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한국 기념패…미니 전쟁박물관엔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기념패도 전시되어 있다.

한국 기념패…미니 전쟁박물관엔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기념패도 전시되어 있다.

영화 ‘국제시장’에도 등장
피란민 화장실 위험천만


SS 레인 빅토리호는 샌피드로에서 455피트 길이로 건조된 상선이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4년 1월부터 종전까지 미국은 총 534척을 건조해 미군의 주력 보급함으로 사용했는데, 이 배도 2차 세계대전, 한국전, 베트남전에 출전해 맹활약했다.

SS 레인 빅토리호 웹사이트에 따르면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1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포위당한 채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미 10군단과 한국군 1군단은 중공군의 공격을 저지하며 함경도 장진호 일대(개마고원)에서 후방으로 공격작전을 했다. 그 결과 중공군 12만 명의 포위선을 뚫고 흥남 일대로 진출하여 집결하였고, 유엔군은 이른바 흥남·원산 철수작전을 감행한다. 당시 철수작전에 동원된 상선 중 하나가 바로 SS 레인 빅토리호다. 함께 구출활동에 참여했던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흥남 철수를 지원했다. 이 스토리는 한국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한다.

역사가 들려주는 당시 상황은 간결했지만 실제 배 안에서 피란민들이 살아남은 과정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SS 레인 빅토리호의 시설을 설명해주던 자원봉사자 바비 브라운 씨는 배 난간에 설치된 철제물을 가리키며 “당시 피란민들이 사용했던 화장실”이라고 말했다. 칸막이도 손잡이도 없었다.

선실 안에는 샤워실과 세면대가 설치된 최신 화장실이 곳곳에 있었지만 피란민들에게는 금지된 공간이었다. 상선 선원으로 전 세계를 누볐다는 브라운 씨는 “12월 겨울바다의 바람은 무척 춥고 또 무섭다. 배 안에 탔어도 피란민은 차별 아닌 차별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 보면 배의 이름도 차별의 역사와 연결된다. 배 이름인 레인은 1882년 테네시주 잭슨에 흑인 청년 고등학교로 설립된 레인 칼리지(Lane College) 설립자인 미국 유색 감리교 성공회 주교인 아이작 레인 목사의 이름이다.

그 학교는 일류 문과 대학으로 성장했다. 인종차별을 딛고 교육을 시켰던 흑인 교육자이자 목회자의 이름을 딴 배가 한국 피란민들을 구출한 기적의 역사를 남겼다는 게 놀랍다.

한국전 참전을 끝낸 SS 레인 빅토리호는 1953년 10월 가주 수산만(Suisun Bay)으로 돌아왔다가 1966년 베트남 전쟁에 다시 참전해 탄약과 보급품을 옮기는 일을 맡았다.

1970년 국방부 예비 함대에 편입됐으나 제2차 세계대전 미국 상선 참전용사회(US MMVWWII) 자원봉사자들이 SS 레인 빅토리호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연방 정부에 요청, 결국 1990년에 샌피드로 항구에 배치됐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후 “사람들이 다시 찾아주는 날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다”는 브라운 씨는 “레인 빅토리호의 역사는 두고두고 남을 것이다. 미주 한인사에도 레인 빅토리호의 역사가 계속 남아 후손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했다.

사진= 김상진 기자


샌피드로 항구= 장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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