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석의 훕스타임] LA팬들의 아쉬운 응원 문화
21일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LA 레이커스-유타 재즈 플레이오프 1라운드 2차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중 관중석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전반 한 때 20점차로 뒤지던 유타가 후반에 대반격을 일으키며 종료 3분여를 남겨놓고 109-106 3점차로 레이커스를 바짝 추격하자 스테이플스센터 1층석에 앉아있던 A와 B팬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Defense Defense"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A와 B는 모두 코비 브라이언트의 24번 저지를 입고 있어 누가봐도 '레이커 매니아'였다. 하지만 곧바로 뒤에서 짜증스런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A와 B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경기를 제대로 볼 수 없다면서 C가 "빨리 앉아"라고 소리쳤다. A는 "내 돈 주고 내 좌석에서 일어나 응원하겠다는 데 왜 그러냐. 당신들도 레이커스팬이면 빨리 일어나서 응원해라"라고 받아쳤다. 이들은 서로 언쟁을 벌이다 욕설까지 퍼부어 금세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실랑이가 계속 이어지자 뒤에 앉아있는 팬들이 이구동성으로 "다 앉아!"라며 결국 C의 편을 들어줬다. A와 B는 계단쪽으로 자리를 이동해 끝까지 일어선 채 응원을 하면서 소동은 일단락됐다.
이에 대해 ESPN 진행자 존 아이얼랜드는 "이런 장면은 LA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일"이라며 LA팬들의 자세에 실망감을 표했다. 그는 "홈팀이 종료 3분을 남겨놓고 3점차로 쫓기는 데 가만히 앉아있는 팬들이 이해가 안된다. 더구나 지금은 플레이오프다.
그 상황서 기립해 응원하는 팬은 눈을 씻고봐도 이들 2명 뿐이었다. 오히려 이들이 진정한 레이커스팬이다"라고 옹호했다.
그의 말대로 NBA에서 가장 많은 열성팬을 보유한 포틀랜드나 유타였다면 절대 이런 소동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LA시민들이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약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다저구장도 팬들이 3회에 들어와 7회만 되면 구장 밖으로 빠져나가기 일쑤다. 그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지만 LA의 따뜻한 날씨와 느긋한 분위기가 팬들을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만 팬들은 뒤에 앉은 팬들을 배려하기 위해 앉아서만 응원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눈치보면서 일어나는 분위기면 일어나고 앉을 때면 앉아야하는 비겁한(?) 자세로 경기를 관전해야 하는 것일까.
다른 도시 구장에서는 한 팬이 일어나서 열정적으로 응원하면 도미노처럼 다른 팬도 따라서 일어나 주는 게 보통이지만 LA에서 만큼은 이게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스테이플스센터측은 이번 소동에 대해 "우리는 사고를 방지하는 게 최우선이다"라고 애매모호한 대답을 했다.
아이얼랜드는 "솔직히 우리가 이런 걸로 찬반논쟁하는 게 LA 스포츠인으로서 창피하다"며 LA의 게으른 응원문화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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