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잔잔한 호수에 영혼을 비춰보다
중미 '아티틀란' 이색여행
혁명가 체 게바라가 사랑한
중미 과테말라 최고 관광지
마야 문명, 화산 경치 압권

인디오들에겐 숭배의 대상이자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영혼의 호수' 아티틀란. 백두산 천지처럼 화산 폭발로 생겨난 칼데라 호수로 크기는 천지의 14배에 이른다. 이 호수 주위로 5000피트가 넘는 화산이 세 개나 자리하고 있다. 호숫가 마을 파나하첼에서 출발하는 관광선을 이용하려는 여행자들이 선착장에 몰려 있다.
아티틀란 호수는 수도인 과테말라시티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로 약 4시간 걸리는 90마일 정도 떨어진 곳으로 약 8만4000년 전 화산이 폭발한 곳에 생겨난 칼데라 호수다. 해발 5100피트에 자리한 이 호수를 샌 페드로, 톨리만, 아티틀란 등 1만피트에 이르는 화산이 둘러싸고 가끔씩 수증기를 뿜어올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백두산 천지의 14배 크기에 이르는 130㎢의 호숫가를 따라 파나하첼을 비롯해서 11개의 크고 작은 인디오 촌락들이 들어서 있다. 러시아의 바이칼호, 볼리비아의 티티카카호수에 이어 세계 3대 호수에 들만큼 크고 웅장한 호수다. 자연에 깃들어 살아온 인디오들은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그들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들에게 거대한 이 호수는 숭배의 대상이자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곳이었다. 하늘이 내려앉은 듯한 이 호수는 그들의 영혼을 비춰주는 거울과도 같은 곳이었다. 인디오들이 '영혼의 호수'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들의 호수에서 잡아 올리는 물고기는 대자연의 선물인 것이다.
아티틀란 호수 여행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파나하첼 마을인데, 다양한 상점과 환전소, 식당, 숙도 등이 밀집해 있다. 커피의 나라답게 신선한 과테말라 커피를 파는 카페와 호수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도 많아 며칠씩 묵어가는 여행자들이 많다. 이곳의 선착장에서는 이 일대의 호숫가 마을로 가는 배가 수시로 출발한다. 출발하면서 바라보이는 호수 건너의 산이 샌 페드로다. 곳곳의 화산 중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연기는 화산활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디오들이 화전을 일구느라 생긴 것이다.
이곳 마을들에는 서기 300~900년 경에 마야민족이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곳답게 곳곳에 마야의 풍속이 짙게 남아 있어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그 찬란했던 문명의 후예답지 않게 현재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문맹이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민속악기 마림바의 고장이기도 하다.
파나하첼을 출발해서 '샌타크루즈 라 라구나' 등 인디오 마을들을 둘러보거나, 커피 농장 투어, 산페드로 화산을 오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걷기를 소망한다면 호숫가를 따라 줄곧 건너편의 화산을 바라보며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도 있어 지나칠 수 없겠다.

배를 임대하거나 어업에 종사하느라 마을들은 주로 호숫가에 자리하고 있다.
샌페드로 라 라구나 마을은 히피의 마을로도 유명하다.1960년대부터 세계의 히피족들이 대거 이주, 정착하는 바람에 원주민과 갈등을 빚기도 한 곳으로 주로 장기 거주하는 외국여행자들이 많은데, 그래서 숙소와 식당, 카페, 요가, 스패니시학원 등 각종 편의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다.
이 호수를 찾았다면 빼 놓을 수 없는 곳이 치치카스테낭고(Chichicastenango)다. 파나하첼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이곳은 과테말라에서 두 번째로 큰 종족인 마야 키체족의 마을로 해발 6800피트에 자리잡고 있어 교통이 어려운 까닭에 아직도 많은 전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치치카스테낭고란 "가시가 있는 치치나무가 자라는 땅"이란 뜻의 인디오 말로 그냥 "치치(chichi)"라고도 한다. 이 작은 마을에 일주일에 두 번, 목요일과 일요일에 장이 열리는데, 이곳에 인근의 인디오들이 모여 일용품에서부터 민예품을 매매하는 장이 열린다. 장이 열리기 하루 전날부터 시골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과테말라다운 생활·문화·전통 등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서 여행자들 또한 장날에 몰려든다.
사진=제이슨 백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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