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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샌디에이고 참사···'그래도 기도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신영각/샌디에고한인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지난 8일 샌디에이고 지역에서 발생한 미 해병대 소속 전투기 추락사고로 졸지에 아내와 두 딸, 그리고 장모를 잃은 윤동윤씨를 위한 온정이 답지하고 있습니다.

아래 글은 유명을 달리한 윤씨 가족을 추모하면서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출석 교회 담임 목사가 보내온 기도문입니다.

오늘 저녁 우리는 기도하기 위해서 이곳에 모였습니다. 생각할수록 우리의 마음이 찢어지는 듯 합니다.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 합니다. 우리 앞에 죽음 절규 울부짖음이 있습니다. 사람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픔입니다. 사람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기에…인간의 언어가 너무 부족해서…기도하고자 합니다.

찢어진 마음으로…. 터진 가슴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어서가 아닙니다. 기도가 최선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어도 기도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피할 수 있어도 하나님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말로는 지난 월요일의 참사를 다 형용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모든 논리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인간의 이성이 자리를 잃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말을 잃었습니다.

우리의 심장이 찢어졌습니다. 한 순간의 잔혹함 속에서 15개월 된 하은(하나님의 은혜)이와 6주된 하영(하나님의 영광)이의 무한한 미래 모든 가능성이 무너져 내려 잿더미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들의 젊은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사랑하는 식구들이 사라진 부재의 공허 속에 윤동윤씨는 홀로 남게 되었습니다.

윤동윤씨 그의 형님 누님과 매형 그리고 교회 성도님들과 함께 경찰의 배려 가운데 우리는 다시 참사의 현장을 찾았습니다.

전소된 현장의 잿더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난 그를 부둥켜 안았습니다.

그는 나를 부둥켜 안았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졌습니다. 지척에 보이는 참사의 현장이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몇 걸음 앞에서 그는 멈추어 섰습니다. 나에게 호소했습니다.

"목사님 더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어떻게 저곳에 가죠?"

우리는 멈추어 섰습니다. 아픈 심장의 고동 밖에는 모든 움직임이 정지해 버렸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시간과 공간의 틈새에 갇혀 버렸습니다.

나는 그에게 앞으로 발걸음을 디뎌보라고 했습니다. "저 곳에 부인과 따님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곤 나는 그의 팔을 붙잡고 이끌었습니다.

그의 마음이 동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발걸음이 다시 그 참혹의 현장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나도 같이 울었습니다. 말을 잃었습니다. 위로할 수가 없었습니다. 침묵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잿더미의 그슬린 냄새만이 후각을 압도해 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님 너무 괴로워서 견딜수 없습니다.

마음이 찢어지는 듯 합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이 엄청난 고통을 어찌 다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당신은 아십니다. 세상은 우리를 버리는 듯 해도 우리는 당신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이 엄청난 비극의 순간에도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손안에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고 우리는 보도진이 기다리고 있는 자리로 다가 갔습니다. 스무 개가 넘는 마이크 앞에 그는 섰습니다. 100명은 족히 되어보이는 보도진 앞에서 그는 입을 열었습니다.

한 번도 연습하지 않고 준비한 원고 없이 그저 가슴에서 스며나오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슴을 찢고 나오는 말이라고 하는 게 더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순식간에 잃은 것에 대해서 혼자 남은 미래의 두려움에 대해서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그러나 그는 아무도 탓하지 않았습니다. 용서의 말이 그의 입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말입니다. 그의 가슴이 터져서 나온 말입니다.

어제 그 시간으로부터 나는 40개가 넘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미 전역으로부터 받았습니다. 뉴햄프셔 버지니아 매릴랜드 워싱턴주 텍사스 플로리다 등….

이들중 대부분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들도 모두 엄청난 고통을 겪은 분들이었습니다. 암으로 교통사고로 9.11 테러로 사랑하는 식구들을 잃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잃는 고통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은 이들이 상실의 아픔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아픔이 아픔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픔이 아픔을 붙들어 주었습니다.

아픔이 아픔을 만져 주었습니다. 하나 하나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여러 분들이 작고 큰 사랑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샌디에이고의 한 분은 그의 콘도를 내어 놓겠다고 했습니다. 어떤 변호사는 무료로 법적 자문을 해 주겠다고 자원했습니다.

교회 이웃의 한 분은 본인의 장미밭에서 장미를 한 다발 꺾어 왔습니다.

탄식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은 놀라운 사랑입니다. 플로리다의 한 분은 이런 마음을 전해 왔습니다.

"미스터 윤에게 말해 주십시오. 한 사람이 고통 받으면 100만이 함께 그 고통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고통의 상황은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고통의 짐은 나눌 수 있습니다.

지난 2000년간 인류가 가장 많이 바쳐온 기도가 있습니다.

그것은 "주여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기도입니다. 나도 오늘 그 기도를 다시 한 번 바치고 싶습니다.

주여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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