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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아줌마의 '불경기 버티기'

이경민/LA 거주

얼마 전에 큰 아이 첼로 줄을 갈러 첼로 악기점에 갔었다. 연세가 지긋하신 주인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미국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 미국생활의 경험이 있으신 그 분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이런 불경기를 두 번 정도 겪어 봤는데요 요즘이 제일 심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런 불경기 때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저 절약하는 거지요. 외식 2번 할 것 한 번만 하고 옷 같은 것 구입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드는 비용도 최소화해야 해요. 이렇게 절약하며 불경기를 잘 버텨야 해요." 하시며 한 가지를 더 당부하셨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남편에게 더 잘해줘야 돼요. 미국나라 체제가 한국 남자를 위축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데 가정에서 아내에게 존중받지 못하면 이런 불경기에 남자들은 더 깊게 좌절하게 되지요."

한국에서 IMF때에도 잘 실감하지 못했던 '불경기'라는 것을 미국에 온 지 4년이 지난 요즘에 절감하고 있던 터라 내게 첼로 악기점 아저씨의 여러 조언들이 가슴깊이 새겨졌다. 경기가 나쁜 것을 탓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이런 불경기에 잘 버틸 수 있는 지혜를 구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뻔뜩 들었다.

'아내이자 엄마인 내 역할이 중요한 시기이구나........'

첼로 악기점 아저씨의 조언에 따라 생각을 정리해 보니 불경기를 이기는 엄마의 역할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절약하기와 격려하기"

우선 절약하기부터 시작했다. 기존에는 가계부에 소비한 것들만을 기록하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가계부에 한 달 지출 계획서를 세워 보았다.

크게 집 렌트비와 공과금 식비 교육비로 나누고 줄일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비용을 줄여서 계획을 세웠다. 당장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 외의 지출은 가능한 한 안 하도록 계획을 세웠다.

또한 아이들에게도 절약하는 것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큰 아들에게는 빈 패트 병과 캔 모으는 일을 맡겼다.

처음에는 귀찮아하며 하던 아이가 자기가 직접 모은 빈 병들이 재활용 센터에서 $2.35의 현금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더니 이제는 제법 잘 감당한다. 둘째 딸에게는 신문에서 쿠폰 오려서 모으는 일을 시켰다.

아직 조금 어린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번 기회에 한 가정의 가계를 꾸려가는 지혜를 조금이라도 가르치고 싶었다. 마켓에 가면 자기 스낵 고르느라 바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똑같은 물건이라도 가격을 비교해 가며 구입하는 방법과 쿠폰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엄마의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모습을 보고 나더니 마켓에 가면 이것저것 사달라고 막 조르던 아이가 한참을 고민하더니 두 개의 스낵만을 사겠다고 했다. 내 딸아이에겐 힘든 결정이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웃으며 격려해 주었다.

첼로 악기점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남편의 모습을 보았다. 경기를 바로 느낄 수 있는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내 남편의 어깨는 매일 조금씩 더 처지는 것 같았다.

그런 힘없는 어깨를 하고 집에 들어오는 남편에게 힘을 주는 것은 '아이들 이야기'와 '따뜻한 저녁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루 동안 아이들의 잘 한 점들을 빠짐없이 다 이야기 해주었다.

좀 모자라다 싶어서 옛날이야기까지 다 끄집어냈다. 거기에 국 한 번 더 데우고 따뜻한 밥을 예쁘게 담아주었다. 어느새 처졌던 남편의 어깨가 조금 올라갔고 얼굴에 슬며시 미소도 찾아왔다.

밥 먹는 동안은 잘 나가던 과거의 남편모습을 이야기해 주며 '가능성'을 마음에 새겨주었다. 그리고 든든한 남편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더니 채 다 내려놓지 못했던 시름까지 내려놓는 것 같았다.

살다보면 어려운 시기들이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첼로 악기점 아저씨 말처럼 '잘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엄마이자 아내인 우리의 지혜와 섬김의 노력들이 그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 실력들을 최대한으로 발휘해서 이 어려운 시기를 다들 잘 버텨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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