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08] 아쉽다···은메달 주인공, 유도 왕기춘 '원희형 미안해요'
부상딛고 눈물의 투혼
기구한 인연의 두 사나이 왕기춘(20.용인대)과 이원희(28.한국마사회)가 베이징에서 함께 아픔을 나눴다. 11일 베이징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남자 유도 73㎏급 결승전에서 왕기춘(20.용인대)이 상대의 기습 공격으로 한판패를 당하자 왕기춘은 울었고 이원희는 허탈해했다.
왕기춘은 결승전에서 엘누르 맘마들리(아제르바이잔)에게 경기 시작 13초 만에 발목잡아메치기 공격을 당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1회전부터 8강전까지 3경기 연속 한판승을 따내며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8강전 레오나르두 귈레이루(브라질)와의 대결에서 갈비뼈에 금이 가는 큰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부상에 대한 걱정이 집중력을 흩뜨렸고 경기 초반 허점을 보이는 빌미를 제공했다. 왕기춘은 8강전 직후 어긋난 늑골 부위를 붕대로 감은 뒤 곧바로 경기에 나섰다.
"가족과 그동안 도와주신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소감을 밝힌 왕기춘의 마음에는 선배 이원희를 향한 미안함도 배어 있다. 하지만 TV 해설을 하며 경기를 지켜본 선배 이원희는 후배의 등을 두드려줬다. 이원희는 "울 필요가 없다. 은메달도 대단한 것이다"며 왕기춘을 위로했다.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왕기춘의 아버지 왕태연씨는 "차마 옆에서 지켜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의지가 굳센 아이지만 이제 스무 살이다.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부모인 우리도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안타까워했다.
왕기춘은 "부상을 잊고 결승전에 임하려 했는데 너무 일찍 기술을 허용하고 말았다. 열심히 했지만 그래도 부족함을 느꼈다. 앞으로 더욱 완벽히 준비를 하겠다"며 쓸쓸히 돌아섰다.
베이징=장치혁 기자
펜싱 남현희 '결혼은 4년 뒤로'…올림픽 44년만에 첫 메달
"졌지만 잘 싸웠다."
2001년 아시아선수권(개인) 1위와 2005년 세계선수권(단체) 1위에 이어 2006년 아시안게임(개인.단체)에서도 1위를 차지했던 남현희(27.서울시청.세계 4위)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현희는 세계 최강인 베잘리(34.이탈리아)를 맞아 1라운드에서 3-0까지 몰리며 경기를 어렵게 끌고 나갔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투혼을 발휘해 3-3 동점을 만들었다. 쫓고 쫓기는 접전을 펼치다 경기 40초를 남기고 5-4로 승부를 뒤집어 우승에 다가서는 듯했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인전 2연패의 주인공이자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5회 우승의 관록을 자랑하는 베잘리에게 29초를 남기고 5-5 동점을 허용했다.
4초를 남기고 통한의 1점을 또 빼앗겼다. 5-6 남현희의 한 점 차 패배로 경기는 끝났다. 한국 여자펜싱은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이래 44년 만에 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은으로 장식했다.
경기가 끝난 뒤 남현희는 "세계 1위를 잡을 모처럼의 기회였는데 아쉽다. 1점 앞섰을 때 빠르게 경기를 끌고 가려 했는데 베잘리가 노련했다. 내가 아직 한 수 아래다. 앞으로 좀 더 연습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남현희의 성격을 감안할 때 4년 뒤 런던올림픽에 도전할 것이 확실하다. 눈앞에서 놓친 금메달을 그냥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가 칼을 접지 않으면 속 태울 사람이 있다. 펜싱(사브르) 선수인 남자친구 원우영(26.서울메트로)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서 결혼하자"고 했던 남현희의 약속이 4년 연장되기 때문이다.
베이징=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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