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잠망경] 만지기와 빼앗기

서량

정신과전문의.시인





'take'라는 단어를 시사영어사 94년도 판 영한사전에서 찾아 보니 잡다.붙잡다.얻다.받다.가져가다.데려가다.고르다.받아들이다.맡다.취하다 등 타동사로 30개 뿌리를 내리다.미끼에 걸리다 등 자동사로 11개 그리고 취득.매상고 등 명사가 5개로 장장 두 페이지 반에 걸쳐서 그 뜻과 해설이 잡다하다. 이것은 즉 'take'에 해당하는 딱 한 마디의 단어가 우리말 에는 없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take'는 거칠고 생소하고 어려운 영어다. 우리가 흔하게 쓰는 'Take it easy' 혹은 'Take care'도 적재적소에 재빠르게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이 짧은 관용어에 해당하는 개념이 미국식으로 머리 속에 꽉 박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천천히 하세요' 또는 '조심하세요' 하는 식으로 억지 번역을 할 수 있다. 그 러나 하루에도 열 두 번 씩 입에 오르내리는 이단어의 친숙한 뉘앙스를 잘 쫓아 가지 못한다.

'I am taking you out to dinner' 하면 당신에게 저녁 사주러 데리고 나가겠다는 말이다. 앞 뒤 문맥이 중요하겠지만 'to dinner'를 싹 빼고 'I am taking you out' 하면 1939년 이후 미식축구용어에서 파생된 슬랭으로 '너를 없애버리겠다'는 말이 된다. 우리 말에도 저승사자가 누구를 '데려간다'는 뜻은 썩 좋은 뜻이 아니다.

'There is a guy with a gun outside the building swearing he would take everybody out'(건물 밖에서 웬 놈이 총을 들고 다 죽이겠다고 떠들어대고 있어요.) 할 때 이건 문자 그대로 공포의 의미다.

'take it out on someone' 하면 누구에게 화풀이를 한다는 뜻이 된다. 'Don't take it out on me (나 한테 화풀이 하지 마) 다시 말하지만 'take'는 이렇게 거칠고 사나운 말이다. 'Let me take him (그 놈은 내게 맡겨: 싸울 때 하는 말)처럼.

뉘앙스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She took him by the storm (그 여자는 그 남자를 폭풍으로 붙잡았어)' 하면 무슨 뜻 일까요? 그거야 그 여자가 그 남자를 홀딱 반하게 만들었다는 뜻이지. 머리를 써요 머리를.

'take' 는 고대 스칸디나비아의 'tacan' 에서 12 세기에 고대영어 쪽으로 유입된 말로 '잡다' 라는 뜻이 그 본래 의미 였다. '만지다'는 뜻의 'touch' 와 뿌리가 같다. 즉 만지거나 잡거나 취득한다는 말이다. 'take'가 그토록 사납게 들리는 이유는 이렇게 '빼앗는다'는 의미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구한말 개화기 시기 양키들이 한국에 진입해 채광권을 장악하던 시절 한국사람들이 금을 훔쳐 갈까봐 '만지지 마' 하는 의미의 외국인 상대 엉터리 영어로 개네들이 하던 뜻의 'No touch! (노 터치)'에서 '노다지'라는 말이 파생됐다. 나중에 그 뜻이 와전돼 노다지는 금 광맥이나 아주 수지 맡는 좋은 일을 뜻하는 우리말 슬랭이 됐다.

우리 말에도 '잡다'는 말에는 소를 잡다 닭을 잡다에서 처럼 죽인다는 뜻이 있다. 잡아 먹는다는 말도 같은 의미고 아이고 사람 잡네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이 다른 인간이나 동물을 터치 한다는 것은 빼앗거나 죽이는 그런 파괴적인 요소가 있다.

blog.daum.net/stickpoet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