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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갔지만 그놈의 정 때문에

스무살, 두려울 게 없는 나이다. 인연이 닿아 그를 알게 됐다. 제법 나이 차가 있지만 그녀가 틴에이저 시절 꿈꿔온 이상적인 남자의 모습과 매우 비슷했다. 그래서 들이대고 또 들이댔다.

처음에는 그녀를 꼬마로만 보던 그도 불도저같은 그녀의 자세에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그래서 시작된 연인 관계. 꿈꿔왔던 남자를 얻었다는 마음에 이루말할 수 없는 정성을 기울였다. 그도 그런 그녀가 귀여웠다. 때로는 고마웠다. 이제 막 이십대를 맞이한 커플의 알콩달콩한 데이트, 나이 차가 제법 나는 커플의 보호자적 관계, 그런 것들이 공존하는 연인. 처음에는 그랬다.

불타는 사랑은 결국 식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마냥 좋은 모습만 보여도 단점들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는 제법 연애 경력이 있다. 아무리 사랑해도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할 수 있는 자세도 자연스레 생겼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스무살이다. 자신이 원했던 남자의 모습에 그를 그대로 일치시키려고만 했다. 이상형과 현실형을 구분하는 태도를 체화하기에는 아직 어렸다. 그러니 갈등은 자연스레 솟아올랐다. 그녀는 어느덧 그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런 그녀에게 거리감을 느꼈다. 역으로도 마찬가지였다. 때로 너무 어린애처럼 구는 그녀를 계몽하려 했고, 그녀는 그런 그에게 거부감을 느꼈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그를 많이 좋아했다. 바로 그런 점이 그의 고민이다. 이미 마음은 떠났는데, 자신을 너무 좋아하는 그녀와의 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 관계에의 저항으로 그는 스킨십 거부를 선택했다.

섹스를 하지 않은 건 물론이고 심지어 손도 잡지 않았다. 그외의 모든 부분에서는 비교적 충실한 남자 친구의 자세를 유지했다. 만약 이 상태로였다면 관계가 자연스럽게 회복되거나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언제나 외부에서 왔다. 그의 마음에 쏙 드는 여자가 나타난 거다. 이번에는 반대다. 늘 꿈꿔왔던 여자의 모습에 새로운 그녀가 완벽히 일치했다. 그녀도 그를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연락이 오가고 데이트가 이뤄졌다. 그는 고백했다.

자기에게는 지금 여자 친구가 있지만 당신이 좋다고. 그녀는 대답했다. 자기도 당신이 좋지만 바람은 싫다. 그러니 나랑 사귀고 싶으면 여자친구를 정리하고 오라고.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이미 바뀌어버린 마음의 풍향계를 따라갈 것인가, 그동안 흘러왔던 뱃길을 따라갈 것인가.

이런저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최선을 다하는 여자친구를 버리기는 너무 미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싶은 그녀를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어정쩡한 양다리가 시작됐다. 만약 연애를 계약이라 할 수 있다면, 마음의 등기부등본은 여자친구의 소유였다.

실거주자는 그녀였다. 당장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고 일단 홀로 지내기로 했다. 그녀와도, 여자친구와도 일체의 스킨십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마음만을 보자면 분명히 바람이 불고 있지만 몸은 적도의 공기처럼 멈춰 있었다. 홀 몸 아닌 홀 몸이요, 양다리 아닌 양다리였다.

김 작가는?

대중음악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남녀 애정 문제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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