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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과학] 자동차 유리는 자외선을 막을까

작년에 초등학생이 된 둘째가 처음으로 봄방학을 맞았길래 LA와 샌디에이고 사이에 있는 레고랜드에 다녀왔다. 인산인해였다. 아이들이야 신났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을 안고 업고 뙤약볕 아래 줄을 서느라 그야말로 사서 고생이다. 싫다는 아이에게 억지로 선크림을 발라주긴 했는데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바르나 마나였다. 나도 아침에 한 번 바른 게 고작이라 저녁 때 나올 즈음엔 부자 간에 얼굴과 코가 발그레했다.

5번 고속도로를 타는데 차는 막히고 답답해서 자동차 창문을 내렸더니 왼팔과 왼뺨에 내리쬐는 햇빛이 따가웠다. 차 유리창을 올리는데 문득 최근 몇 년간 읽은 피부암 관련 연구논문들이 생각났다. 꽤 주목을 받아서 '왼쪽에 생기는 피부암(Left-side Skin Cancer)'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였던 일련의 연구내용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피부암의 90% 이상이 햇빛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한 미국 연구팀이 900여 건의 피부암 케이스를 조사해 보았더니 몸의 오른편보다 왼편에 생긴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목과 머리에 생긴 피부암의 56%가 몸의 왼쪽에서 발견되었고 어떤 종류의 흑색종(Melanoma)는 무려 74%가 몸의 왼쪽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햇빛에는 적외선과 가시광선, 자외선이 포함되어 있다. 이중 자외선은 에너지가 약한 UVA와 에너지가 강한 UVB로 나뉜다. UVA는 살갗을 검게 만들고 UVB는 분홍색으로 태운다고 알려져 있다. 자외선, 특히 UVB는 유리를 통과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자동차 유리창이 자외선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해줄까.

2016년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자동차의 앞 유리창은 평균 96%의 자외선을 차단하였다. 대략 SPF30 짜리 선크림에 해당하는 효과이다. 문제는 옆쪽 유리창인데 평균 71%만을 막아주었다.

테스트에 사용된 자동차 중에는 옆 유리창이 고작 자외선의 44%만 막아주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자동차의 앞 유리는 보통 UVA와 UVB 둘 다 차단하도록 제조된다. 하지만 옆 유리는 UVB만을 차단하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상당량의 UVA가 통과한다. 지금까지는 UVB가 피부암의 원인이라고 여겨져 왔지만 상대적으로 무해하다고 여겨진 UVA에 의해서도 피부암이 생길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운전하면서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는 물론 눈에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꼭 자동차 운전에만 국한되는 위험인 건 아니다. 큰 창문 옆에서 온종일 일한다든가 하는 경우에도 해당한다. 일 때문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학창 시절에 유전공학을 연구하면서 자외선을 쓸 일이 많았는데 보호장비를 얼굴에 써도 오랫동안 노출되면 얼굴이 벌겋게 되곤 했다.

차로 출퇴근하고 낮에는 실내에만 있는데도 내 얼굴이 항상 거무튀튀한 게 그러니까 매일 출퇴근 시에 자동차 안에서 자외선을 꼬박꼬박 쬐었기 때문이었던 거다. 비싼 것도 아니니 앞으로는 선크림을 신경 써서 바르려고 한다. 아침저녁 운전하기 전에는 조금만 발라주면 될 것이다. 밖에서 활동할 때는 SPF30 이상에 UVA와 UVB 둘 다 차단하는 제품을 사서 두세 시간마다 '넉넉하게' 발라주는 게 요령이다. 모자, 장갑 그리고 제대로 된 선글라스도 도움이 되겠지만 얼굴 앞을 다 가리는 어두운 색조 플라스틱제 선바이저는 어떨지 모르겠다.

참고로 햇볕을 쬐어야만 비타민D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적절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굳이 햇볕을 쬐어줄 필요는 없다.


최영출 / 생명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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