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신학]“자네, 생을 바꾼 만남을 가졌는가?”
인생을 바꾼 만남이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오래전에 한국의 정민 교수가 쓴 ‘삶을 바꾼 만남’이란 책을 읽었다.스승 다산 정약용과 제자 황상 사이에 있던 눈물겨운 조선 시대 사제간의 만남, 말 그대로 인생을 바꾼 만남에 대한 장장 600페이지 정도의 글이다. 사실 핵심 내용은 간단하다. 10대 때에, 보잘것없는 동네 아전의 자식인 황상은 당시에 전라도 강진에 유배 중인 다산에 공부를 배우게 된다. 황상 자신은 공부에 재능이 없다고 스승에게 고백한다. 스승은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 그러면 너의 재능이 빛날 것”이라고 격려하면서, 소위 ‘삼근계(三勤戒)’의 교훈을 준다. 황상은 이 교훈을 평생 실천한다. 그래서 그는 76세에도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스승의 말대로, 평생 책을 읽고 베낀 책이 자신의 키 높이를 넘길 정도였다.
주위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도대체 그 연세에 무슨 영화를 보시려고 공부하십니까? 황상은 “내 스승이신 다산 선생님은 그 긴 세월 동안 저술에만 몰두하시느라, 바닥에 닿은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지. 그러면서 내게 삼근계의 가르침을 주셨지”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평생을 다산의 충성스러운 제자로, 시대의 한 획을 그은 인물로 살았다.
요약하면, 변변치 못한 가정환경의 황상은 스승 다산과 만남을 통해 그의 삶을 바꾼 만남을 경험했다. 이런 생을 바꾼 만남과 우정은 많은 위대한 인물들을 만든 환경이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영국의 기독 작가인 C.S 루이스의 경우이다. 그는 J.R.R. 톨킨과의 관계나 잉클링즈(Inklings) 그룹 친구들과 만났고 우정을 쌓았다. 오랫동안 기독교를 믿지 않았으나, 조지 맥도날드의 ‘팬테스테스’라는 책을 통해서, 그리고 나아가 톨킨과 잉클링즈 동료들을 통해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믿게 된다. 말 그대로 생을 바꾼 만남이었다. 그리고 이들과 만남을 평생 가진다.
사실 필자가 7년 전에 이곳 워싱턴 지역에 창립하고 사역 중인 연구원은 이런 인생 만남을 돕는 영적, 지적, 신학적 요람이기도 하다. 교회사에서 영향력을 미친 거장, 목회자-신학자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일이다. 오거스틴, 종교개혁자 존 칼빈, 청교도의 에베레스트 조나단 에드워즈, 20세기 대표적 설교가인 마틴 로이드존즈, 기독지성가이자 작가인 루이스의 저술과 만나며 우리 개인 신앙과 신학, 나아가 목회에 대한 심도있는 변화와 멘토링을 경험한다.
나는 정민 교수의 책을 읽은 후, 과연 나는 이런 만남을 가졌는가? 이런 만남을 주었는가? 자문해본다. 또한, 바라기는 우리 동역자 여러분들 가운데도 이런 만남이 있기를 바란다. 특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을에. 누군가의 시구를 변용하면, “자네, 이런 생을 바꾼 만남을 가져보았는가?”
▷문의: 571-375-5455(www.TrinityDC.net)
심현찬 / 워싱턴트리니티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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