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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은 여행기]이탈리아 밀라노 코모 호수 산책길

옛날 로마시대에 조성된 9마일 길이
사이프러스와 호수가 만든 풍경 환상
은퇴하면 살고 싶은 영혼의 고향

세상에는 무수하게 많은 길이 있다. 미국에는 존 뮤어 트레일이 있고 스페인은 산티아고 순례길, 네팔에는 안나푸르나 트레일이 있다. 하지만 트레일과 순례길은 많은 수고와 시간을 들여야 완주할 수 있는 힘든 길이다. 시간이 없거나 나약한 사람은 도전조차 할 수 없다.

나는 오늘 노약자나 휠체어 장애인도 도전할 수 있는(오르막 길 제외) 천상의 길을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그 길은 산책길이라고 부르는 이탈리아 코모 호숫가에 있는 길이다. 호수를 따라 잘 조성된 산책길을 걷노라면 누구나 천국에 와 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코모 호수의 아르제뇨(Argegno)에서 매나지오(Menaggio)에 이르는 9마일의 길. 이 길은 이미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아주 오래된 길이다. 그 중 콜로노(Colonno)에서 카데나비아(Cadenabbia)에 이르는 6마일의 길을 그린웨이라 부른다. 천천히 걸어도 3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6시간에 걸쳐 천천히 걸어야만 했다. 걷다 보니 아름다운 곳이 많아 한참을 바라봐야 했으며 기막힌 풍경을 보면 신선되어 노닐어야 했기 때문이다. 산책길은 콜로노에서 시작하지만 거꾸로 카데나비아에서부터 시작해도 된다. 만약에 걷는 것이 힘들면 빨간색 작은 기차나 버스(C10)를 타면 된다.

가는 길에는 아름답게 가꾼 공동묘지, 들판에서 축구경기를 하며 학교생활을 즐기는 고등학교 학생들, 호수로 다이빙하여 수영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코모 호수에 있는 유일한 섬인 코마치나 섬도 보인다. 섬에는 11세기에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작은 교회와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은 성벽 등의 유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코모 출신 군인들을 기리는 동상도 보인다. 가는 길에는 군데군데 녹색 도로 표지판과 원형 금속 표지판이 있어 산책길을 알리고 있다.

산책길에는 또 하나의 보석이 숨겨져 있다. 트레메조에 위치해 있는 빌라 카를로타는 정원까지 모두 합쳐 7만 평방미터에 이른다. 1690년 밀라노의 조르조 클레리치 후작이 1690년부터 짓기 시작해 1745년 완공한 건축물이다. 1801년에는 밀라노의 정치인이었던 지안 바티스타 소마리바에게 매각됐다. 그는 열렬한 미술애호가로 박물관에 있는 회화와 조각품들이 이때 모두 수집된 것이다. 1843년에는 프러시아의 마리안느 왕비가 78만리라를 소마리바에게 주고 빌라의 주인이 됐다. 불과 40년 만에 빌라 가격이 40배로 불어난 것은 소마리바가 수집한 예술작품들 때문이다. 그 후 빌라는 왕비가 딸(카를로타)에게 결혼 선물로 주면서 빌라 카를로타가 현재 이름이 된 것이다.

박물관의 컬렉션은 프란체스코 하예즈가 1823년에 그린 ‘로미오와 줄리엣의 마지막 안녕’, 안토니오 카노바의 ‘회개하는 막달라 마리아’의 복제본, 카노바의 제자 중 한 명인 안토니오 타돌리니가 조각한 ‘에로스와 프시케’, 덴마크의 베르텔 토르발센이 1812년 조각한 ‘바빌로니아에 입성하는 알렉산더 대왕’, 실크와 양모로 시골 풍경을 담아 낸 태피스트리 룸의 대형 태피스트리, 19세기 로마 최고의 보석 조각가였던 조반니 리버로티가 제작한 카메오가 있다. 카메오는 산호, 접시조개 등 껍데기에 양각으로 조각한 보석 장신구를 말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있었던 카메오가 시장에 양산되어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엽이다.

2층으로 올라 가면 카를로타 공주가 사용하던 방과 응접실이 나온다. 공주의 방에는 그녀가 입었던 꽃무늬 드레스도 전시돼 있다. 보바리 부인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도 1845년 이곳을 방문했다. 그는 빌라의 돌계단과 분수, 호수와 어울려진 정원을 보고 감격하여 찬사의 글을 쓰기도 했다. 정원에서는 양치식물 계곡, 대나무 정원, 바위 정원, 옛 정원, 녹지의 극장, 이탈리안 가든 등 볼거리가 많다. 빌라에서는 작은 클래식 음악 콘서트가 저녁마다 열리기도 하며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올려지기도 한다.

코모 호숫가에는 푸른 호수와 함께 붉은색 집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 맑은 호수와 함께 어우러진 마을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1년내내 날씨가 온화한 이곳은 열대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나무까지 있다. 호젓하게 매일 걷고 싶은 코모 호수의 아름다운 산책길. 오늘 반나절 산책길에 나는 정말 행복했다. 천국에 길이 있다면 바로 이렇게 만든 길일 것이다. 다음엔 아예 코모 호수에서 한 두 달 머물려고 한다. 그리고, 은퇴는 이곳에서 하려고 한다. 코모 호수는 내 영혼의 고향이다.

여행팁:
벨라지오에서 카데나비아(편도) = 성인: 4.6유로, 시니어: 3.7유로
바레나에서 벨라지오(편도) = 성인: 4.6유로, 시니어: 3.7유로
코모에서 벨라지오(편도) = 성인: 3.7유로
http://www.navigazionelaghi.it/eng/c_orari.asp (코모 호수 페리 정보와 예약)
빌라 카를로타 입장료: 성인: 9유로, 시니어: 7유로, 학생: 5유로
입장 시간 = 여름: 9am-5pm, 겨울: 10am-4pm
http://www.villacarlotta.it/home.php?lang_id=1 (빌라 카를로타 웹사이트)


글, 사진: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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