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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t Meet West]“꽃은 피고 지고, 봄날은 간다”

이기희/윈드화랑대표ㆍ작가
 
‘연분홍 치마가 봄 바람에 휘날리더라…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아메리카 차이나 타운’ ‘대전 블루스’ ‘노란 샤쓰의 사나이’로 유명한 백설희씨가 1953년 대구 유니버설 레코드사에서 부른 노래다.

손로원씨가 가사를 쓰고 박시춘씨가 작곡한 이 노래는 불멸의 애창곡으로 만인의 심금을 울리며 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가요 1위로 조사됐다.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열 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에 이르면 실없는 사랑에 웃고 울던 세월을 옷고름 씹어가며 꽃잎 속에 떠나 보내는 마음이 애잔하고 아름답다.

봄은 잔인하다.
소리 소문없이 왔다 가는 봄은 첫 사랑의 추억만큼 조용한 가슴에 풍랑을 일으킨다.

사랑이 이유없이 다가와서 자취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떠나는 봄은 황홀한 환상을 남긴 채 흩어지는 꽃잎으로 파편돼 가슴 때린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던가. 누가 봄을 시작이라 했던가. 시간이 머물다 간 자리에, 책갈피 속의 마른 꽃잎의 추억으로 사랑이 남을 때까지 수 없이 많은 봄과 작별을 해야 한다.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한 마디로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유지태 )와 은수(이영애)는 사랑에 빠진다.

이미 사랑의 상처를 겪은 여자는 부담스러워 사랑을 쉽게 버린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며 사랑이 식은 여자에게 순진한 남자는 매달리지만 “버스와 여자는 한 번 떠나면 잡는 게 아니다”는 할머니의 말에 용기를 갖는다.

은수는 돌아와 다시 시작하기를 원하지만 남자는 여자의 사랑을 받지 않는다.
사랑도 봄도 한 번 떠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임을 남자는 깨달았기 때문이다.
진달래ㆍ해당화ㆍ앵초ㆍ수선화ㆍ히야신스ㆍ달맞이꽃ㆍ클로버ㆍ맥문동ㆍ후리지아ㆍ큰구슬봉이ㆍ튤립ㆍ데이지ㆍ참꽃마리ㆍ붓꽃ㆍ목련ㆍ민들레ㆍ아카시아ㆍ아네모네ㆍ제비꽃 등 사람 이름 만큼이나 봄에 피는 꽃도 많다.
한갓 쓰러지는 풀잎의 추억으로 남더라도 봄의 신부가 되기를 다투며 뒷뜰과 언덕을 가득 채운다.

젊은이여, 사랑하라 봄이 떠나기 전에. 꽃잎이 흩어지기 전에. 서둘러 황홀한 5월의 신랑 신부가 되라.
젊은 날의 불같은 사랑과 이별은 찬연하게 아름답다.
사랑의 슬픔과 아픔을 두려워 말고 찬란한 봄의 정복자가 되라. 사랑으로 흘린 눈물은 빛나는 보석으로 사랑을 더욱 견고하게 할지니.
사랑에 빠지거라. 자유로운 영혼돼 5월의 향긋한 유혹에 빠지거라. 네게 다가온 사랑의 말들을 모두 기억하거라. 때론 별빛으로 속삭이고 폭풍으로 밀려오는 사랑의 몸 짓을 주저말고 붙잡아라. 한 순간 스쳐가는 사랑의 눈 길도 놓치지 말고 잡아야 하느니. 사랑하는 이여! 꽃은 피고 지고, 다시 피지만 한 번 스쳐간 그 봄의 사랑은 다시 오지 않는다.
‘모든 것이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 들판에/ 사랑하는 사람이여, 나는 꽃씨를 묻습니다/ (중략) 그 속에 꽃씨 하나를 묻는 일이/ 허공에 구름을 심는 일처럼 덧없을지라도 그것은 하나의 약속 입니다 (중략) 잊혀지는 세월 지워지는 추억 속에서도 / 꼭 하나 이 땅에 남아 있을 꽃 한송이 생각합니다.

‘접시꽃 꽃씨를 묻으며’에서 시인 도종환은 은가락지 팔아 학비를 대주던 죽은 아내를 생각하며 늦었지만 꽃씨를 땅에 묻는다.

사랑은 약속이다.
지켜지지 않아도 기다리는 약속의 언어다.
봄이 가도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사랑은 기다리는 사람들의 가슴에 영원히 피어 있는 꽃이다.
꽃은 피고 지고, 봄은 떠나가지만 꽃씨를 가슴에 간직한 사람의 봄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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