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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체제 하에서는 절대 행복할 수 없어"

'개성공단 산증인' 김진향 교수 강연회
"세계적 경쟁력 갖춘 공단
정치적 이유로 폐쇄 실망
남북 서로 알려는 노력해야"

'개성공단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김진향 전 카이스트 교수가 4일 LA한인타운을 찾아 '개성공단을 보면 통일이 보인다'는 주제로 개성공단과 남북관계, 평화통일에 대한 강연회를 가졌다. 6·15공동선언실천 미서부위원회(위원장 정창문) 주최로 평화의교회에서 열린 이번 강연에는 100여 명의 청중들이 참석해 올해 2월 전격 폐쇄된 개성공단에 대한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시절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평화체계담당관으로 대북문제를 담당했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2월부터 4년간 개성공단 기업지원부장으로 일하며 북한 측과 거의 모든 분야의 협상을 담당했다. 그는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개성공단 사람들'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개성공단이 폐쇄된 것에 대해 짙은 아쉬움을 피력했다.

"남북은 어떠한 정세변화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유지한다고 합의를 해놓고 이를 파기했습니다. 남북한의 유일한 평화공간이 닫힌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개성공단은 처음부터 우리가 먼저 요구했고, 우리가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했습니다.처음 시작할 때 우리 정부는 각국 사례를 취합해 북한 근로자들의 적정월급을 200달러로 제시하려 했습니다. 내심 북한이 300달러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협상을 하려 했으나 북에서 제시한 것은 50달러였습니다. 폐쇄 직전 작년에 야근·특근수당까지 합쳐서 150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비해 중국에선 3배,중동에선 10배 이상의 임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애초부터 돈을 벌려는 경제적인 목적이었다면 개성공단을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김 교수는 개성공단이 원활하게 당초 목표대로 가동되었다면 2012년까지 2000~3000개의 공장이 들어서고, 500억~10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50만 명이 근무하는 세계적인 경쟁력 있는 공단으로 발전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65%가 의류·봉제 등 노동집약형 영세기업이었습니다. 이들이 2년만 지나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14년 간 124개 기업 중에서 부도난 기업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세계최고의 경쟁력은 이직이 전혀 없는 최고 숙련 노동자들 덕입니다. 입주 사장들은 '개성공단에서 돈 못 벌면 기업도 아니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김 교수는 4년간 북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한 경험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만나기 전에는 틀림·잘못·나쁨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만나서 대화하다 보니 남과 북은 옳고 그름의 차이가 아니다 서로 '다름'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70년 분단의 역사가 서로 부정하고 옳고 그름의 시각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하는 관념의 강제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김 교수는 남북교류와 평화통일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인식 수준은 맹(북맹·남맹)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의 높은 자살률, 낮은 공동체 신뢰지수 등 행복지수가 극히 낮은 것은 분단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평화의 속성은 상호존중·신뢰·나눔·배려·관용·공존·사랑 이런 것들입니다. 반면 분단의 속성은 부정·불신·증오·반목·비난·폄하·적대·대립·폭력·전쟁 이런 것들입니다. 분단체제에서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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