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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는 신화] 사이렌…유혹 또는 경종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에 쓰던 대형 항아리, 암포라(Amphora)에 그려진 신화의 한 장면입니다.

한 남자가 돛대에 묶여 있습니다. 그 주위를 얼굴은 여자이나 몸은 새의 형상을 한 세 마녀가 배 주위를 날며 유혹하고 있습니다. 선원들은 이 난리도 아랑곳 않고 노를 저을 뿐입니다.

돛대에 결박당한 남자, 바로 오디세이(Odyssey, Odysseus)입니다. 호머의 '일리아드'의 자매편이라고 할 수 있는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입니다.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이의 시'라는 뜻으로 귀향 중에 일어난 사건들을 엮은 것입니다.

그는 트로이 전쟁에 참전한 그리스 동맹군 중의 하나인 도시국가 '이타케'의 왕입니다.

무려 10년간의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한 뒤 고국으로 돌아가는데, 그 귀향길 또한 또 다른 전쟁으로 점철됩니다. 바닷길을 더듬어 가는데 무려 10년이란 세월이 걸립니다. 그가 트로이 전쟁 때 하필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신전을 유린했던 업보가 있었던 탓이죠. 포세이돈의 아들 외눈박이 퀴클롭스에게 부하들이 잡아먹히거나, 마녀 키르케에게 부하들이 돼지로 변하게 되거나 하는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늘의 주인공은 사이렌(Siren, Seiren)입니다.

뮤즈 멜포메네와 강의 신 아켈로스의 딸이라고도 하고, 포르키토스와 케토가 낳았다고도 하는 출생부터가 확실치 않는 마녀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상반신은 여자, 하반신은 새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후대에는 반인반어의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학창시절 배웠던 '로렐라이 언덕'에 있는 로렐라이나, 덴마크의 인어아가씨도 이 사이렌의 후손(?)으로 보셔도 될 듯합니다.

이 사이렌들은 모두 노래와 연주 솜씨가 뛰어났는데, 하필이면 그 재주를 사람 잡아먹는데 쓰는 마녀들입니다. 지중해의 한 섬에 살면서 감미로운 노래와 연주로 지곳을 지나는 배의 선원들을 유혹합니다. 오디세이 일행도 이 운명에 처할 위기에 놓였지만 또 다른 마녀 키르케가 일러준대로 그를 뺀 선원들 모두에게 밀랍으로 귀를 막아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게 하고, 그는 유혹의 소리가 들려도 어쩔 수 없도록 돛대에 묶도록 부하들에게 이릅니다. 드디어 사이렌 섬에 이르자,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목소리는 오디세이의 전적과 명예를 찬미하고 있어서 그를 감동시킬 뿐만 아니라, 한 없이 빠져 들게 만듭니다. 그가 부하들에게 밧줄을 풀어달라고 간청을 하지만 이미 지시받은 대로 그들은 그를 더 꽁꽁 묶습니다. 그리하여 그와 부하들은 무사히 사이렌의 유혹을 물리칩니다. 이에 낙담한 사이렌들은 바다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이 사이렌은 오디세이 말고도 이미 유명한 영웅들에게 패한 적이 있습니다. 뛰어난 수금(하프의 일종) 연주와 노래로 희대의 가인으로 칭송받던 영웅 오르페우스가 청년 시절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이아손 등과 함께 '아르고호 원정'을 떠납니다. '황금 양털'을 구하러 가던 길이죠.

바로 이 길에서 사이렌을 만납니다. 그러나, 그의 수금과 노래가 오히려 사이렌들보다 더 크고 아름다워서 위기를 모면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목소리 크면 '장땡'이죠.

자, 이때 죽은 사이렌들이 현대에 다시 태어납니다. 한때는 사람들을 유혹해서 목숨을 빼았았지만, 그 과오를 뉘우치려는 것인지 지금은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려 목숨을 구하고 있습니다. 민방공 훈련 때 울리는 경보, 바로 사이렌의 목소립니다. 소방차ㆍ경찰차ㆍ군대도 이 목소리를 공짜로 빌려 쓰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커피점의 로고에도 등장합니다. '사이렌이 뱃사람을 홀리듯 사람들을 홀려서 커피를 마시게 하겠다'는 것이 창업자의 생각이었다는 설이….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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