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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주름의 비밀

조 현 용 / 경희대학교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주름을 인생의 계급장이나 훈장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주름을 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주름은 그저 인생의 산물일 뿐이다. 그런데 주름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 늘 어두운 표정 거만한 표정 또는 무표정의 사람은 그 표정이 굳어진다. 늘 웃는 표정 기쁜 표정의 사람들은 주름이 미소를 닮아 있다.

그동안 '주름'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마 아직은 내 얼굴에 주름이 덜 보였기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약간씩 자국이 늘어 감을 느끼면서 주름이라는 어휘가 궁금해졌다. '주름'이라는 단어는 '줄다'에 '-음'이 결합된 단어이다. 얼음의 구성과 비슷하다. '얼음'도 '얼'과 '-음'이 만났다. 단지 원래의 의미가 많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어간을 살려 '얼음'이라고 하고 의미가 사라진 경우에는 '주름'이라고 한 것이다. 아무튼 '주름'은 '줄다'와 관련이 있고 피부가 줄어진 것이 '주름'이라고 할 수 있다. 피부에 탄력이 없어지면서 어쩌면 피부의 넓이는 오히려 넓어진 것일 수도 있겠으나 사람들이 보기에는 좁아진 것으로 느껴진 듯하다. 주름치마가 보통 치마보다 훨씬 천이 많이 들어감을 모르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고나 할까?

주름은 눈가나 이마 그리고 목 부위에 집중적으로 생긴다. 목에는 살의 무게 때문에 생겼다고 볼 수 있겠으나 다른 부위들은 주로 인상을 쓰는 것과 관련된다. 물론 좋게 인상을 쓰는 경우도 관련이 된다. 인상을 쓰는 데 좋은 게 있냐고 하겠지만 눈가의 주름은 주로 미소와 관련이 된다. 사람을 평온한 모습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미소가 만들어 놓은 세월의 주름이다. 인상이 만든 주름과 미소가 만든 주름은 전혀 다르다. 인상은 고집이 되고 미소는 여유가 된다. 미소로 만든 주름은 다른 곳의 주름을 펴는 효과가 있다.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진다고 하는데[一笑一少] 나는 미소가 만든 주름을 보면서 동감하게 되었다. 미소를 지으면 본인이 싫어하는 부분의 주름이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피부가 처지는 것도 덜하게 된다. 미소를 지으면 얼굴의 피부가 전체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나 스스로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골똘히 생각한 결과이니 누군가의 연구가 더해지면 좋겠다. 얼굴 피부를 위해 다양한 화장품을 사용하지만 실제로 가장 좋은 비법은 웃으며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이때쯤 한 번 입가에 미소를 띠자.)

살면서 즐거웠던 일을 떠올리며 한 번 웃고 다른 사람이 즐거워할 일을 생각하며 한 번 웃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내 모습이 우스워 한 번 더 웃는다.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고 웃다보면 더 웃을 일이 생긴다는 말도 좋은 말이다. 이 말은 세상은 원래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담고 있다. 세상을 좋게 바라보면 더 좋게 보인다. 세상을 나쁘게 바라보면 더 나빠 보인다. 세상은 내 눈과 내 마음이라는 창과 틀을 통해 내게 비춰진다. 생각해 보면 세상에 나쁜 게 있던가? 어떤 식으로든 다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가? 그때 그 일이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도 나쁜 일은 있는 게 아니냐고 묻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나쁜 일이었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나쁜 일이 된다. 세상일이 나쁜 것이어서 나에게 이로운 점이 있는가?

주름은 얼굴에만 생기는 게 아니다. 주름은 마음에도 생긴다. 인상을 쓰고 짜증을 내면 내 마음에도 주름에 생긴다. 마음에 주름을 만들면 온갖 감정의 찌꺼기들이 사이사이에 스며든다. 잘 안 빠져 나온다. 사는 게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주름 사이에 갇혀 있던 생각들이 순간순간 스멀스멀 삐져나온다. 아프다. 마음에 남아있는 짜증의 주름을 펴고 기쁜 기억을 더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 자 얼굴을 펴자. 마음을 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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