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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회 기자의 무비리뷰-호스텔] '미인 호스텔'이 아닌 '인간 푸줏간'

환락 뒤 살육 잔치 '끔찍한 공포'

2003년 엘리 로스 감독은 공포영화 '캐빈 피버'(Cabin Fever)로 화려하게 부상한다. 살먹는 박테리아를 소재로 한 '캐빈 피버'는 전세계에서 1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거두었다.

'호스텔'(Hostel)은 로스 감독의 공포영화 2탄. 미국 대학생 팍스턴(제이 허난데즈)과 조시(드렉 리처드슨)는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만난 아이슬랜드인과 함께 암스테르담에서 마약과 섹스의 나날을 보내던 중 기막힌 미인들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슬로바키아의 호스텔로 간다.

로스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캐빈 피버'는 70년대 미국 공포영화의 고전에서 '호스텔'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공포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캐빈 피버'를 들고 세계 영화제에 참석하면서 아시아 공포영화를 접했고 이후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등을 섭렵했다는 것이다.

'호스텔'에서 박 감독 등 아시아 감독의 영향이 있다면 '날 것'일 것이다. 신체의 다양한 부위를 원시적으로 절단하는 날 것의 공포다. 하지만 이런 소재는 이전에도 있었다. 오히려 아시아 공포영화 특히 박 감독의 작품 특징은 날 것의 공포를 세련되고 정교하게 표현한다는 점이다. '호스텔'에 이런 세련미는 없다.

영화는 전반과 후반으로 단순하게 나뉜다. 전반은 섹스 후반은 신체절단과 피. 전반의 섹스는 여자의 나신을 진열하는 편에 가깝다. 전반의 섹스를 후반과 연결하는 끈이 있다면 여자들의 눈빛에 흡혈귀의 피에 굶주린 갈증이 언뜻 스친다는 것이다. 뒤에 전개될 유혈극의 전조인 셈이다.

로스 감독은 돈을 주면 마음대로 사람을 죽이는 설정을 인터넷에 소개된 태국의 경우에서 따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반부에 전개되는 거대한 인간 푸줏간은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학살을 떠올린다. 한 방에서 터져나오는 고통의 비명과 이를 즐기는 웃음 카트에 실려 소각장으로 가는 살덩어리 지하 감방을 지키는 가죽옷의 사내들 나치 친위대 제복과 흡사한 경찰들의 제복은 아시아 공포영화의 영향보다는 아우슈비츠의 기억이나 상상력에 더 가깝다.

'호스텔'이 그 뿌리를 아시아 공포영화에 내리고 있던 아우슈비츠에 내리고 있던 그 표현은 거칠다. 가스 용접기로 얼굴을 태우고 볼트 커터로 발가락을 자르는 푸줏간 공포는 살갗을 긁는다. 하지만 그뿐. 목덜미 쭈삣한 공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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