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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숙의 미지여행 1-갈라파고스군도] 마지막 남은 지상 파라다이스

휜치새 등 세계 희귀동물 즐비

자유기고가 황창숙씨는 지난 20여년간 30여개국을 둘러 본 여행 전문가이다.

본보는 황씨의 여행기인 '황창숙씨의 미지여행'이란 코너를 마련해 일반인들이 좀처럼 체험하기 힘든 '미지의 세계'를 한달에 한 곳씩 자세히 소개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지상에 남은 마지막 파라다이스'라 불리우는 남미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군도 여행기를 2주에 걸쳐 싣는다.



지상에 남은 마지막 파라다이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쓰여졌다는 곳.

적도를 중심으로 펼쳐진 에콰도르령으로 세계 희귀 동물들의 대서식지. 원주민어로 큰 거북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갈라파고스. 이번 여행지는 '남미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군도 크루즈'다.

LA에서 직항은 없고 다른 도시를 거쳐 가야만 한다.

텍사스 휴스턴에서 비행기를 바꿔 타고 에콰도르의 한 작은 도시인 과야킬에서 국내선을 갈아탔다.

저녁 무렵부터 그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으므로 대합실의자에 길게 누워 아침까지 푹 자 버렸다.

일어나 보니 의자마다 모두 나 같은 승객들로 만원이다. 말로만 듣던 파라다이스를 체험하려는 사람들이다.



◇ 첫째 날

두 시간정도 비행 후 드디어 갈라파고스군도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입장료 100달러를 내고서 여러 조항의 질문과 금지사항에 서명을 하고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섬 안에 있는 동식물을 만지거나 위협하면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일종의 각서이다.

공항이 위치한 이 섬의 이름은 발트라. 관문인 셈이다. 사면에 보이는 것은 푸르른 바다와 옹기종기 떠 있는 섬들 뿐. 이 곳에서 다시 페리를 타고 또 버스를 바꿔 타고 도착한 섬은 샌타크루즈.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가장 크고 문명화 된 섬이다.

길 가의 가로수가 온통 꽃으로 덮여 천자만홍으로 적도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서니 보기에도 흉측스러운 이구아나 들이 군데군데 기어 다니며 환영을 한다.

펼쳐진 바다위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늘어서 있다. 내가 8일간 숙식을 함께 할 배는 '포세이돈' 으로 정원은 15명이며 사흘 후 출항이 예정돼 있다.

일단 호텔을 찾아 짐을 풀고 나와 식당을 찾아 나섰다.

좋은 식당보다는 토속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음식점을 찍어 들어갔으나 음식 맛은 특색이 없는 미국식 식사였다.

오후에는 흰 모래가 끝없이 계속되는 '토투가 베이'로 나가 다윈이 연구했던 '휜치새'들을 구경했다. 부리 모양에 따라 먹이가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던 다윈의 예리한 관찰력이 아직도 논란중인 대학설을 탄생케 했다는 사실에 또 다윈이 섰던 땅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

군데군데 고깃배들이 잡아온 생선들을 부리면서 여러 사람들과 가격 흥정을 하고 있다.

랍스터 한 소쿠리가 단돈 10달러에 거래된다.

◇ 둘째 날

아침 7시 스케줄에 맞추려고 서둘러 방을 나섰다.

아침이면 항상 비가 온다는 말대로 안개비가 뿌리고 있었다. 오늘 다이빙 코스는 '골든 럭' 가장 아름답고 귀한 거북과 상어를 볼 수 있다는 곳이다.

작은 모터보트로 두 시간 달리니 비는 개이고 햇빛은 쨍쨍. 날씨가 그만이다. 멀리 영화에 나오는 보물섬처럼 잘 생긴 섬 하나가 외따로 떠 있는 그 곳이 오늘의 목적지이다.

가장 먼저 '부비새'가 반겼다. 부리와 다리가 하늘색으로 이 곳 갈라파고스의 특종 1호. 원앙처럼 금실이 좋은 새로도 알려져 있다.

상큼하니 귀여운 자태가 새색시 들이 결혼 준비로 한 뜸 한 뜸 수놓던 횃보를 연상케 한다.

가까이 다가가는 우리들에게 경계신호를 보내는 바다사자들의 괴성을 들으면서 짝을 지어 차례로 입수했다.

아이맥스 영화를 보는 듯 거대한 바다의 위용에 나는 한낱 초라한 초개가 된 듯 입에 물고 있는 마우스를 떨어뜨릴 것 만 같다.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노니는 잿빛 '망치머리상어'와 바다거북의 눈과 마주친 순간에는 마치 커다란 벽을 만난 듯 숨이 멈췄다.

바다 속의 또 다른 위계질서를 무시했던 지상의 하찮은 존재들의 객기가 얼마나 한심스러운지…. 멀찍이 떨어져서 저마다의 빛깔을 뽐내며 무리지어 다니는 작은 고기들조차 우리를 동류의 물고기로 여기듯 신경 쓰는 기색도 없다.

다이빙 후의 왕성한 식욕을 채우려 여행가이드북을 들고 거리이름을 물어 포장마차처럼 즐비하니 늘어서서 호객하는 식당거리를 찾았다.

식당이름과 써있는 메뉴로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고민 끝에 식당주인의 얼굴로 맛난 집을 찾으리라 결심하고 스칼렛의 유모 매미를 연상시키는 뚱보 흑인 아줌마 집을 찾았다.

빙고! 맛도 그만이지만 금상첨화로 식사비까지 맘에 쏙 드는 10달러 미만으로 행복을 또 한번 맛보았다.



◇ 셋째 날

이날은 다윈 연구 센터를 찾았다. 1959년에 설립되어 전 세계로부터 200여명의 학자와 그 외 자원 봉사자 학생 등으로 구성된 연구원들은 이 곳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시키는데 온 정성을 쏟고 있다.

이 지구상에 하나 밖에 없다는 거북(그 이름은 '외로운 조지.lonesome george')의 짝을 구하려고 수 년 간 애를 썼고 이젠 현상금까지 붙었다고 한다. 비슷한 종과의 짝짓기도 단호히 거부하는 고고한 녀석이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거북의 알을 찾아다가 안전하게 부화시켜 다시 제 곳으로 보내는 작업까지 빈틈없이 해내고 있는 그들이 있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남획이 있었는지 집집마다 거북껍질이 벽에 걸리지 않은 데가 없고 심지어 테이블로 쓰는 곳도 있다.

섬의 이름과 똑같은 명칭의 큰거북 갈라파고스는 크기가 300킬로그램 정도로 그 등에는 남자 4명이 걸터앉을 수 있다.

이 거북은 고독을 즐기는 동물로 띄엄띄엄 흩어져 홀로 살며 짝 지을 때 외에는 어울리지 않고 따로 논다.

아직도 평균 수명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략 200년으로 본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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