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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장유유서의 참뜻

박영호 문학평론가

며칠 전, 모처럼 장유유서란 말이 나와 이야기 할 경우가 있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의 참뜻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이 말은 삼강오륜의 하나로, 맨 처음 이 말이 만들어져 쓰일 때의 뜻은 물론 어른과 아이에겐 차례가 있기 마련이고, 어른이 먼저라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자랄 때까지만해도 그렇게 배우면서 자랐다. 그러나 오늘날은 이 말의 뜻이 퇴색해서 그 뜻이 꼭 그렇지 만도 않다는 것이고, 또한 별로 소중한 말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을 통해서 그 속에 숨어있는 교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선 사람들에게 어른과 아이 중 누가 먼저라고 생각 하느냐고 물으면, 여전히 어른이 먼저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필자가 기대하는 바의 바른 답을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실 어른도 아이도 먼저가 아니라고 하면 조금은 막연해지기 마련이다. 아무튼 이에 대한 답은 상대적인 것으로, 대답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그 답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젊은 사람이나 아이들의 입장에선 어른이 먼저라고 생각해야 하고, 반대로 어른들의 입장에선 젊은 사람들이나 아이들이 먼저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필자의 생각이다. 이처럼 장유유서가 뜻하는 의미는 옛날과 오늘날 크게 다르다고 할 수가 있다. 이러한 점은 부부 관계나 남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여필 종부’니.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하는 식으로 옛날에는 가부장적 사회 제도에서 우리가 살아 왔으나, 이제는 그렇지가 않고 남녀가 평등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에서 생각해 볼 점은, 장유유서의 바른 뜻과 같이, 남녀관계나 부부관계도 객관적으로는 평등한 관계 임에 틀림이 없지 개인적으로는 서로가 평등 이라기 보다는 상대가 먼저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서도 그렇다. 남편은 항상 여자가 먼저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부인에게 먼저 배려하는 것이 옳지만, 부인 입장에서는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그래도 남편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되돌려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를 먼저라고 하는 아량을 지니고 살 수 있다면, 원만한 부부관계를 위해서 이보다 더 다행한 노릇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남편이 상대인 부인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여자가 이를 당연한 것으로만 여기고, ‘그럼 그렇지’하는 식으로 이를 누리려고만 하거나, 주장하고 나선다면, 이는 결코 옳은 질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부인이 모든 점을 가장인 남편에게 마끼더라도 남편은 늘 부인의 의견도 묻고 이를 존중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상관 관계가 잘 지켜져야만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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