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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조현용 / 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전공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는 속담이 있다. 여기에서 '함함하다'라는 말은 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는 의미로 '소담하고 탐스럽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속담은 자기 자식의 나쁜 점을 모르고 자랑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고 어버이 눈에는 자기 자식이 하는 일이 다 좋아 보이고 귀엽게 생각된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함함하다'라는 어려운 단어를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이 표현이 쓰일 일이 비교적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고슴도치의 털이 가시와 같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고슴도치의 털이 보드랍다는 말에 웃음이 나고 코웃음을 치게 된다. 하지만 한 가지 놓치고 있는 사실은 고슴도치의 생각이다.

난 분명히 고슴도치는 제 새끼의 털이 보드랍고 한없이 탐스러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기 새끼의 털조차 거칠다는 생각에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한다면 부모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에게는 자식의 모든 것이 예쁘고 귀하다.

부모가 자기 자식을 지나치게 좋게 보는 것은 잘못이라는 이 속담의 교훈은 새겨들을 만하다. 자식의 잘못조차 감싸고 들면 자식을 옳은 길로 인도할 수 없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자식이 잘못된 길로 빠져가는 게 보이는데도 무조건 칭찬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엄격함이 있어야 함도 당연한 일이다. 물론 엄격함에도 마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자식을 덜 귀히 여기면 안 될 것이다. 자식을 가장 예뻐해 줄 사람은 바로 부모다. 갓난아기들 앞에서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엄마 아빠의 모습은 아름답다.

동물의 경우도 어미가 새끼를 감싸는 모습을 보면 신성하기까지 하다. 자식을 나무라지만 그 속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아주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말인 듯이 보이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달리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자식 앞에서 지나치게 냉정해지는 스스로에 놀랄 수도 있다. 차갑기가 그지없다. 짜증이 밀려와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도 있다. 짜증을 자식에게 다 쏟기도 한다. 심하게는 자식을 다시 안 보겠다 하고 자식을 떨쳐내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식과의 대화에 온갖 날카로움이 있다.

말도 툭툭 던진다.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될 말 평생 후회할지도 모르는 말도 하는 경우도 있다. 말은 두고두고 상처가 된다. 아이의 기억 속에 서러움을 남겨주지 말아야 한다.

자식의 가능성을 나부터 부인하는 경우도 많다. 나부터 자식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네가 뭘 알아?" "넌 안 돼!" "넌 좀 가만히 있어!" 이런 말을 들으며 아이들은 의기소침해진다.

아이들은 부모의 믿음으로 자란다. 부모도 안 믿어주는데 누가 그 아이를 믿어줄까? 아이 스스로는 자신 있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부모도 아이를 안 예뻐하는데 누가 그 아이를 그토록 예뻐할까? 다 부질없는 바람이다. 아이들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고슴도치에 관한 속담을 보면서 고슴도치의 모성애를 이야기한 것이 약간 뜬금없기는 하지만 부모의 사랑을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의 부모님은 못난 우리를 참으로 '함함하다'고 하였었다.

늘 따뜻한 눈빛과 손길로 우리를 감싸 주셨다. 그 덕에 우리는 이만큼이라도 산다. 우리 역시 아이들을 더 따뜻하게 보듬어 주어야 하겠다. 아이를 예뻐하고 아이의 가능성을 믿어주어야 하겠다. 우리 아이들이 참 예쁘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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