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새영화-트웬티나인 팜스]과거...미래란 무의미한 시간

중요한 것은 현재의 욕망

‘트웬티나인 팜스’(Twentynine Palms)를 재미있게 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극영화의 재미를 느낄 요소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생경하다. 영화 촬영을 위해 장소 헌팅을 나온 것으로 보이는 영어를 쓰는 남자 데이빗(데이빗 위삭)과 애인으로 보이는 프랑스어를 쓰는 여자 카티아(카티아 고루베바)는 캘리포니아의 사막 마을 트웬티나인 팜스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다.

마지막의 잔혹한 장면을 제외하면 플롯은 사실상 이게 전부다. 각본도 없는 무덤덤한 이야기에 배경은 또 황량한 사막 풍경.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인공 두 사람을 제외하면 엑스트라라도 나오는 순간이 별로 없다. 개 두 마리가 나타날 때는 반갑기까지 하다.

데이빗과 카티아는 말도 거의 하지 않는다. 장면의 대부분은 차를 타고 길을 가거나 걷거나 먹거나 그리고 섹스를 나누는 데 할애된다. 두 사람은 섹스만 하는 듯하다. 수영장에서 거대한 바위에서 모텔에서 섹스를 한다.

1999년 ‘휴머니티’(L’Humanite)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브루노 뒤몽 감독은 ‘트웬티나인 팜스’에서도 사회적 배경을 없앤다. 등장인물의 관계에만 집중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배경인 사막 만큼이나 황량하고 낯설다. 둘이 어떤 사이인지, 어떤 과거를 거쳐왔고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어쩌면 이 낯선 느낌이 영화의 전부일지 모른다. 과거-현재-미래의 인과관계가 통하지 않는, 축적이 불가능한 세계나 인생이나 관계. 우연이 지배하는 시간 혹은 공간에서 과거나 미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남자는 시도 때도 없이 여자의 몸에 욕망을 토해놓지만 그걸 사랑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설사 남자의 행위를 사랑이라 해도 그건 과거나 미래가 연결되지 않은 찰나의 불빛일 뿐이다.

욕망이 튀어나오는 절정의 순간에 절규하듯, 서럽게 울부짖는 남자의 표정. 그건 사랑이 아니라 강간당하는 표정이다. 아무런 논리적 연결이 없는 우연성에 강간당하는.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런 전희없이 몸을 섞고 아무런 이유없이 세 명의 사내가 튀어나오고 남자는 여자를 죽이고 남자는 스스로를 죽인다.

그런 느낌이다. 시간은 아무 이유없이 흐를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트웬티나인 팜스’에서는 그런 두려움이 느껴진다.

9일 개봉. 등급없음. Nuart(310-478-6379) 상영.

안유회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