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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0주년 오피니언 특집-희망과 용기를 준 한마디]이제 곧 지나 가리라

원 창 호/방송인

뉴밀레니엄이 시작되던 바로 그해. 숱한 머뭇거림 끝에 30년 '외길'에서 '옆길'로 들어섰다. 비즈니스의 유혹 때문이었다. 그러나 착각이고 오산이었다. 사업의 'ㅅ'자도 모르는 돈키호테의 무모한 저돌성이 화근이었다.

시작부터 균열의 벼랑과 함몰의 싱크홀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발견됐다.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던 매상이 급기야 바닥을 치고 고객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을 때의 그 절망과 좌절감이라니.

만리무운, 만리 먼길에 잿빛구름 뿐이었다. 식은 재 위에 오줌을 눈 것처럼 더운 기운이라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미국생활 동안 슬프도록 가장 치열하게 산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턱을 괴고 멍하니 앉아있는 나에게 아내가 말했다. 구약성서 시대 장군의 반지에 무슨 글자를 새길까 고뇌하는 세공사에게 솔로몬이 했다는 말, '이제 곧 지나가리라.' 아내는 말했다. 지금의 혹독한 이 시련도 곧 지나갈 것이라고. 지금의 고난은 장차 올 축복에 족히 비교할 수 없으리라고.

그 말은 나의 전신을 역동치게 했다. 참 이상도 하지. 숙제를 마친 아이처럼 편안해졌다. 놀라운 반전이었다.지나갔다. 그 후 나는 준엄하도록 가슴치는 이 말을 무슨 주문처럼 자나깨나 외웠다. 이제 곧 지나가리라.

그 말은 나의 들메끈의 헤진 곳을 다시 꼬고 풀어진 끈을 새로 동여매게 했다. 내 안에 내려앉은 지반을 수리하고 무너진 축대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다. 치유였다. 구원이었다. 인생사 다 그런 것, 그 후에도 고난과 시련은 찾아왔지만 그 때마다 그 한마디는 우람찬 버팀목이 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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