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0주년 오피니언 특집-희망과 용기를 준 한마디]이제 곧 지나 가리라
원 창 호/방송인
시작부터 균열의 벼랑과 함몰의 싱크홀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발견됐다.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던 매상이 급기야 바닥을 치고 고객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을 때의 그 절망과 좌절감이라니.
만리무운, 만리 먼길에 잿빛구름 뿐이었다. 식은 재 위에 오줌을 눈 것처럼 더운 기운이라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미국생활 동안 슬프도록 가장 치열하게 산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턱을 괴고 멍하니 앉아있는 나에게 아내가 말했다. 구약성서 시대 장군의 반지에 무슨 글자를 새길까 고뇌하는 세공사에게 솔로몬이 했다는 말, '이제 곧 지나가리라.' 아내는 말했다. 지금의 혹독한 이 시련도 곧 지나갈 것이라고. 지금의 고난은 장차 올 축복에 족히 비교할 수 없으리라고.
그 말은 나의 전신을 역동치게 했다. 참 이상도 하지. 숙제를 마친 아이처럼 편안해졌다. 놀라운 반전이었다.지나갔다. 그 후 나는 준엄하도록 가슴치는 이 말을 무슨 주문처럼 자나깨나 외웠다. 이제 곧 지나가리라.
그 말은 나의 들메끈의 헤진 곳을 다시 꼬고 풀어진 끈을 새로 동여매게 했다. 내 안에 내려앉은 지반을 수리하고 무너진 축대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다. 치유였다. 구원이었다. 인생사 다 그런 것, 그 후에도 고난과 시련은 찾아왔지만 그 때마다 그 한마디는 우람찬 버팀목이 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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