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스토리] 보르도(Bordeaux) 와인
배문경 / 법무법인 김앤배 공동대표변호사·GL 와인클럽 회장
보르도는 프랑스 남서쪽의 해안도시다. 보르도라는 말의 어원은 '물의 가장자리' 즉 '물가'를 의미한다.
대서양 연안에 있는 도시여서 보르도라고 명명된 것이다.눈부신 태양 쪽빛 바다 연한 붉은 색 계통의 지붕들 상상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그 지역이 매년 전 세계 와인의 20% 정도를 생산하는 것이다.
보르도는 해안지방이어서 자갈과 토사가 뒤섞여 있기 때문에 물이 잘 빠진다. 포도밭에 배수가 안돼 뿌리가 썩는 등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온난한 기후 때문에 최고 품질의 포도가 수확된다.
즉 전 세계에서 보르도만큼 포도를 재배하기에 비옥한 토질이 없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흔히들 와이너리를 샤토라고 말한다. 큰 포도밭 한가운데에 포도밭 주인의 집이 성처럼 서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샤토가 보르도에 무려 7000개가 있다. 독일 전체 포도밭을 합친 것보다 크고 뉴질랜드 포도밭보다 무려 10배나 넓다.
보르도에는 지롱드강 도르도뉴강 가론강 등 3개의 강이 흐른다. 우리나라에는 물이 합치는 곳 즉 합수머리에 돈이 모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이 만나는 곳은 비옥하기로 유명하다.
뉴욕으로 치면 이스트리버와 허드슨리버의 물길이 합치는 곳 그곳이 바로 전 세계의 돈이 모이는 월스트릿이니 우리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하물며 보르도는 3개의 물길이 겹쳤으니 그 비옥함은 견줄 데가 없는 것이다.
보르도의 주요 포도 품종은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세미용 소비뇽 블랑으로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모두 항상 두 가지 품종 이상을 블렌딩한다. 보르도 와인의 스타일은 풀 보디의 레드와인 미디엄 보디의 레드와인 드라이한 화이트와인 달콤한 화이트와인으로 나뉘지만 생산량의 80% 이상이 레드와인이다.
보르도 와인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짝퉁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자고로 짝퉁이 없는 것은 명품이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품에는 반드시 짝퉁이 따른다. 2년 전 미국 나파밸리산 싸구려 와인을 프랑스산 고급 빈티지 와인으로 속여 판 남성이 FBI에 체포됐다.
이 남자의 집을 급습하자 코르크마개와 위조 상표 수천 장이 발견됐다 2006년 한 해만 무려 3500만 달러어치의 짝퉁을 팔아치운 사람이었다. 프랑스 버건디 최고 와인인 로마네 콩티를 사랑해 닥터 콩티라는 별명을 지닌 이 위조범의 와인병 라벨과 제조연도가 각각 달라서 완전 범죄는 종말을 맞게 된다. 몇주 전에도 설명했지만 빈티지는 이처럼 중요한 것이다.
보르도 지방의 와인은 부르고뉴 와인보다 무겁고 남성적이며 지역 특유의 병 모양이 있어 구별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1982 1988 1989 1990 19961998 2000 2005 2006년도의 빈티지가 비교적 좋은 품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보르도 와인을 고를 때 한가지 더 기억할 것은 크뤼 클라세라는 말이다 크뤼는 와이너리를 뜻하므로 쉽게 말하면 와이너리의 공인등급이다. 프리미에크뤼 혹은 1등급이라고 하면 최상급 순위에 오른 와인 양조장을 의미한다. 즉 빈티지와 크뤼 클라세를 참고하면 좋은 와인을 고를 수 있는 것이다.
보르도에는 지역마다 등급 분류에 관한 자체적인 용어와 제도가 있다. 그 중에서도 메독의 등급 분류가 가장 유명한데 1855년에 시작됐기 때문에 '1855 등급분류'라고 칭한다. 이 등급 분류는 메독의 상위 60개 샤토를 5개 등급으로 나눴고 메독 이외의 일부 샤토에도 등급을 부여했다.
이처럼 와인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는 무궁무진한데 보르도 와인 에피소드를 읽다보면 어느새 나는 프랑스 남부의 포도밭에 서서 대서양을 바라보는 착각에 빠진다. 돈 안들이고 이른바 꿈에 그리는 '구라파여행'을 하는 셈이다. 여러분도 와인과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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