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친민낙민(親民樂民)
김도수 / 자유기고가·뉴저지
정치인들의 말이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해도 보수 언론들조차 대통령의 위기를 지적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국빈방문 후 친중이 불러올 미.일 외교적 딜레마를 염려하는 목소리들도 들린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제다. 삼성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24.5% 줄어든 7조2000억으로 가장 보수적 예상 8조를 한참 내려갔다. 내수 부진과 가파른 원화 강세 속에 버팀목이었던 삼성과 현대 등이 흔들리면서 경제 전반에 던져질 충격파는 엄청날 모양이다.
정치는 한 발짝도 진전이 없는 가운데 대통령은 먼 선계(仙界)에 사는 사람처럼 여의도와 담을 쌓고 연속된 인사문제로 지도력에 치명타를 자초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대화를 가졌다.
세월호 참사 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예사롭지 않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7월 초 주요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대답이 잘하고 있다를 3주째 10%포인트 가까이 앞지르고 있다.
심지어 영남의 50대에서조차 50%를 밑도는 지지라고 한다. 조기 레임덕을 염려하는 위기의 경고음이 여러 곳에서 들린다.
요즘 한국사회에서는 '되는 게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단다. 브라질 월드컵의 부진도 한몫을 한다.
세월호에 갇힌 실종자 11명의 생사가 묘연한데 검경은 선박 실소유주 유씨 부자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전방 GOP 근무병이 총기로 동료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부상케 하는 참담한 일이 일어났다.
눈물로 구 시대의 적폐운운하며 국가개조를 결연하게 천명했지만 후속 조치는 미흡하다. 총리후보들의 연이은 낙마로 오히려 인사참사라는 신조어만 남긴 채 사표 낸 총리를 도로 앉혔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무엇인지 마냥 헷갈린다.
건국 후 첫 여성 대통령 선출! 지지자들의 엄지손가락이 피곤하게 생겼다. 여성의 리더십하면 빠질 수 없는 두 인물이 있다. 고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현 독일 총리다.
1979년부터 무려 11년 장기 총리로 재직하며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대처에 대한 영국민의 평가는 다양하다. '대처리즘'을 통해 영국병을 치유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한 강단 있는 정치인이라는 평이 있는가 하면 빈부격차를 크게 키운 최악의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있다.
대영제국의 심장을 다시 박동케 한 여걸이란 극찬이 있는가 하면 "나는 돌아서지 않는다(The lady's not for turning)"는 유명한 말대로 융통성 없고 고집불통에 국민복지를 깎은 노동자들의 적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그에 비하면 메르켈 총리는 친근한 이웃집 아주머니 리더십이다. 그녀는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여성지도자 중 1위인 동시에 남녀 통틀어 4위로 명실공히 세계적 파워리더다.
영국의 대처가 거대한 목표를 세우고 누구도 믿지 않고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무엇인가로 밀어부쳐 목표를 달성시키는 강성 이미지라면 메르켈은 '스몰스텝 전략'으로 작은 목표를 많이 세워 꾸준히 추진한 것이 주효해서 오늘의 명성에 도달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갈등을 표면화하지 않고 치밀하게 의회를 설득 조율하는 모성애적 소통방식 때문에 ' 무티(엄마)'라는 별칭이 붙는다. 그야말로 박 대통령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게 덕담한 '친민낙민(親民樂民)'의 아이콘이다.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와의 인연은 각별하다. 같은 여성 지도자에 이공계 출신 나이 등 비슷한 이력이다. 가장 친한 해외 정치지도자라고 할 정도로 5번씩이나 만났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 메르켈의 온화한 모성애적 모습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그녀의 매서운 눈빛과 꾹 다문 입술에서 비타협 강경노선의 대처의 이미지가 클로즈업 된다.
어렵겠지만 진정한 마음으로 마거릿 대처를 걷어내고 앙겔라 메르켈의 심장으로 '친민낙민'을 도모할 때 오늘의 위기를 기회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