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딸 잃은 아버지의 복수가 시작된다…'방황하는 칼날'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
출연 정재영, 이성민
장르 스릴러
등급 없음 (청소년 관람불가)
줄거리
아빠 상현(정재영)과 단 둘이 사는 중학생 소녀 수진(이수빈)이 시체로 발견된다. 상현은 고등학생 두 명이 수진을 납치해 강제로 약을 먹이고 강간하는 동영상을 보게 되고, 그 즉시 둘 중 한 명인 철용(김지혁)을 죽인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을 쫓아 강원도로 향한다. 수진의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억관(이성민)이 그 뒤를 쫓는다.
리뷰
잘 알려진 대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했다. 원작이 그랬듯, 영화 역시 청소년이 저지른 잔혹한 범죄에 대한 다양한 입장, 그 복잡한 면면을 두루 살핀다. 사건 자체는 자극적이지만 이를 그려내는 방식은 다르다. 영화 초반 수진의 죽음과 상현의 슬픔, 그의 첫 살인도 퍽 담담하게 그려진다.
상현을 연기하는 정재영 역시 슬픔을 토하고 분노를 터뜨리는 대신 가늘게 떨리는 눈동자와 넋 나간 얼굴만으로 그 심경을 온전히 드러낸다.
범인과 상현, 상현과 억관의 추적이 진행되는 사이, 관객에게 제시되는 건 청소년 범죄에 대한 각기 다른 시선이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잔인한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끼는 경찰, 무조건 자기 자식을 두둔하고 나서는 범인의 부모, 나아가 청소년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고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유통하는 또 다른 어른, 그리고 법에 기대는 대신 직접 응징에 나선 아버지….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돈 크라이 마미'(2012, 김용한 감독)나 '공정사회'(2013, 이지승 감독)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분노를 그렸던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청소년 범죄에 대해 다각적으로 고민하는 접근이 돋보인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형식적 갈등이 비롯된다. 장르적으로 보면 이 영화는 스릴러이자 추격극이다. 딸을 잃은 분노를 동력 삼아 상현이 범인을 쫓고 억관에 쫓기는 과정에서 긴장의 가속도를 내야 한다.
하지만 청소년 범죄를 극적 재미를 위한 소재로만 소비하지 않겠다는 듯, 내내 장르적 욕망을 억누른다. 이야기가 추격전에서 빠져나와 다양한 인물들을 거치는 사이, 상현과 억관의 진심을 상기시키기 위해 반복적인 회상 기법이 등장한다.
똑같은 순간을 몇 번씩이나 감질나게 돌이키는 연출은 극의 긴장을 오히려 떨어뜨린다. 억눌려 있던 장르적 욕망은 상현과 억관과 범인이 한데 뒤엉키는 막판에 가까이 다가가서야 스멀스멀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결국 장르적 긴장과 진정성이 뒤섞이는 결말은 혼란스럽다. 이정호 감독은 첫 장편 '베스트셀러'(2010)로 스릴러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장기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두 가지 욕망 사이에서 방황 끝에 절반의 성공에 그친 듯 보인다.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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