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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ㅎ'과 'ㅋ'이 보여주는 나

조현용
경희대 교수·한국어교육

먼저 이 글의 제목을 읽을 때 '히읗' '키읔'으로 읽어야 함을 밝혀 주고 싶다.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사람들조차도 '히응' '키역'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노파심에 짚어 두고 넘어가려는 것이다.

한글자모의 이름을 정확히 쓸 수 있다면 한글학교 선생님의 기본적인 자질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왜 그렇게 자모의 이름을 부르는지도 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참고로 남한과 북한은 자모 이름도 순서에도 차이가 있다.

이모티콘에 쓰이는 'ㅎㅎ' 'ㅋㅋ'은 '하하'와 '큭큭 키득키득'을 줄인 표현이다. 왠지 'ㅎ'은 입 벌리고 웃는 듯해서 보는 이들도 기분이 좋고 'ㅋ'은 눈을 윙크하듯이 하며 웃는 듯 보여서 귀엽다는 생각도 든다.

'ㅠ'나 'ㅜㅜ'를 보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상상되어 안쓰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글자의 모양이 사람의 표정을 담고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한글이 소리문자라는 장점뿐 아이라 그림문자의 장점까지 갖게 되리라고는 세종대왕도 상상하지 못하였으리라.

글씨의 모양을 보며 사람의 감정을 상상해 보라. 글씨가 그림의 역할 즉 상형문자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그림이 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이모티콘은 '글씨그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분별한 외래어 남용을 막자는 의미에서 '글씨그림'이라는 표현도 살려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어르신들은 다양한 이모티콘을 사용하기도 힘들어하지만 이모티콘이라는 말의 의미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에는 의성어가 매우 발달해서 여러 즐거움을 준다. 'ㅎㅎ'은 누가 보냈는가에 따라 '하하 호호 헤헤 히히'로 바뀌어 전달된다. 아마도 음흉한 생각(?)으로 보냈다면 '흐흐'로 느껴질 것이다.

자기는 그냥 별 생각 없이 보내지만 받는 사람은 온갖 상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보낸 'ㅎㅎ'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보라. 나는 'ㅎㅎ'을 보낼 때 '하하'라고 생각하며 보낸다.

또한 글씨그림뿐 아니라 다양한 부호는 감정을 담고 있어서 재미있다. 길게 늘여 이야기하는 경우라면 '~'를 뒤에 덧붙이면 된다. 장음의 표시 길게 늘인 말투의 느낌이 듬뿍 담기게 된다.

기존의 한글표기에서는 잘 상상하기 어려웠던 표기들이다. '?'와 '??'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는 단순한 물음이라면 '??'은 억양이 느껴진다. '정말 그런가요?' 하는 의구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직선적으로 묻는다는 느낌도 적다. 문자를 보낼 때 무례한 느낌을 덜어내기 위해서 '??'를 쓰는 경우도 있다. '^^' 은 보기만 해도 웃는 모습이 떠올라 즐겁다.

어떤 국어학자는 글씨그림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연령 차이에 따라 소통의 문제도 있고 무분별한 사용은 국어를 황폐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에 감정을 담고 싶어 하는 젊은 계층의 욕구는 자연스레 더 많은 이모티콘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이미 많은 문자나 채팅 방에서 감정을 나타내는 그림들이 팔리고 있고 공유되고 있다. 글자와 기호의 범위를 넘어서서 재미있는 만화로도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구어와 문어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정의 전달에 있었다. 사실 글을 쓰면서 제일 곤란한 것은 내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이 안 된다는 것이다. 슬픔인지 기쁨인지 웃음인지 눈물인지 감정을 담기가 무척 어렵다.

글씨그림은 이러한 우리의 감정을 예쁘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글씨그림들이 발달하게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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