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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신혼부부]신혼여행에서 벌어진 황당한 섹스코미디

‘신혼부부’(Just Married). 달콤하고 낭만적인 제목의 잔상이 사라지기도 전에 관객들 앞에는 황당한 장면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공항. 신혼 여행을 다녀오는 톰 리잭(애쉬톤 쿠처)과 새라 맥너니(브리트니 머피)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신혼여행이 끝나고 뾰루퉁한 것이야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톰-새라 부부는 좀 다르다.

톰은 엉덩이로 새라를 세게 밀친다. 새라는 마주 오던 남자와 부딪치고 남자는 들고 있던 커피를 새라의 가슴에 쏟는다. 새라는 가슴이 보이게 옷을 젖히며 커피를 털어내는 시늉을 한다. (새라 역을 맡은 머피의 가슴은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다. 비록 노출이 심하지는 않지만 영화 내내 훔쳐보기의 대상이 된다.) 화가 난 새라. 씹던 껌을 뱉어 톰의 뒤통수에 던진다. 머리에 껌이 엉키자 톰은 화가 난다. 뒤따라 오는 새라에게 잽싸게 카트를 민다. 새라는 카트에 맞고 쓰러진다.

‘신혼부부’는 끝까지 이런 식이다. 그러고 보니 새 해 1월이다. 오스카 후보 조건을 맞추기 위해 지난 해 12월까지 괜찮은 작품을 무더기로 쏟아냈던 할리우드도 한 숨을 돌렸다. 딴은 이런 영화가 나올 때도 됐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도 묵직한 작품들을 보느라 숨이 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빅 팻 라이어’(Big Fat Liar)의 숀 레비 감독은 철저하게 가벼움을 지향한다. 실제로도 부부인 두 주연 배우의 옥신각신을 등급 PG-13 수준 만큼 황당하게 만드는 것 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베벌리 힐스에 사는 부잣집 딸이며 미술사를 전공한 새라, 스포츠 라이터를 꿈꾸는 교통방송 진행자인 보통남자 톰. 이런 배경에 너무 눈길을 돌릴 필요가 없다. 새라의 집안에선 반대를 하지만 이도 대수로울 것이 없다. 새라를 사랑하는 피터 프렌티스(크리스천 케인)가 삼각관계를 형성하지만 피터-새라의 사랑에는 톰-새라의 사랑처럼 절절할 것이 없다.

새라와 헤어진 톰은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 어떻게 사랑을 나누고 어떻게 성장환경 차이라는 역경( )을 이기고 결혼했는지, 도대체 신혼여행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회상하면서 자세하고 친절하게 관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랑의 필요충분 조건은 사랑이라며 “내가 모르는 것은 1백만 개도 넘지만 널 사랑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안다”는 낭만적인 대사까지 흘려놓는다. 결론적으로 관객이 할 일은 별로 없다. 새라네 집 대저택의 동양계 집사인 유안(토다 토시)이 너무 경박스럽지 않나 하는 민망함 쯤은 소수계의 자의식으로 치부해도 좋다.

누우면 하늘의 별이 보이는 지붕처럼 듬성듬성, 대충대충 얽은 등장인물과 이야기 구조엔 맹한 에피소드들이 가득 솟아있다. 새라의 애완견이 왜 창문을 뛰어내려 죽었는지, 두 사람이 신혼 여행 도중 왜 한 번도 섹스를 하지 못했는지, 비행기 화장실에서 두 사람은 무슨 일을 했는지, 톰은 왜 신혼 여행중 유일한 섹스를 세관원과 함께 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 이것들이 영화의 진국( )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못난 영화도 뜯어보면 잘난 구석이 있다. 첫째, 브리트니 머피가 연기한 블론드의 백치미는 영화와 잘 어울린다. 이런 점에서 캐스팅은 성공적이다. 둘째, 두 사람의 신혼여행지 풍경 중에서 이태리의 프레스코 벽화는 별세계처럼 눈을 호사스럽게 한다.

‘신혼부부’에는 참을 수 없는 영화의 가벼움이 있다. 물론 참을 수 있는 영화의 가벼움일 수도 있다. 10일 개봉. 등급 PG-13. 와이드 상영.

안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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