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마지막 거부권…출마문엔 ‘대연정·개헌’ 담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9일 국무회의에서 “미래를 지향하는 정치와 현재를 책임지는 행정이 힘을 모아 나간다면 작금의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며, 대한민국은 다시 위로 앞으로 도약하며 세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최종 협상을 앞둔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선 “국익을 위해 결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5월 초 대선 출마를 앞둔 한 대행에게 이날 국무회의는 공직자로서 주재하는 사실상 마지막 국무회의였다. 총리실 내부에선 한 대행의 모두발언을 두고 “대선 출마문 같다”는 말이 나왔다. 관료의 건조한 문체가 아닌 도약과 결단 등 정치적 단어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대행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듯 “그 어느 때보다 국회의 주도적 역할이 절실할 때”라며 추가경정예산과 반도체특별법 등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한 대행은 이날 민주당이 이달 초 일방적으로 처리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수 없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SK텔레콤 유심칩 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소비자의 근본적 불안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질책하며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이르면 2일이 유력한 한 대행의 대선 출마 선언에는 국회 총리 추천제 등을 포함한 야당과의 대연정, 임기 단축 개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구(舊)여권 관계자는 “한 대행이 대통령으로서 통상과 경제, 외교 등은 자신이 챙기고 국내 정치는 야당과 협치가 가능한 인물에게 과감히 권한을 이양하는 구상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대행 측 관계자는 “한 대행은 비상계엄과 줄탄핵으로 상징되는 현 정치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한 대행의 제안을 민주당도 대놓고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사퇴한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대선캠프 구성도 본격 착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출마 준비를 도왔던 정무직 참모들과 일부 전현직 대통령실 인사의 캠프 합류도 요청했다고 한다. 손 전 실장과 가까운 원희룡계 인사들의 합류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양강으로 압축된 국민의힘 김문수·한동훈 후보와의 단일화 이슈와 더불어 한 대행이 넘어야 할 고비가 만만찮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정체된 지지율이 걸림돌로 꼽힌다. 한 대행은 복수 여론조사에서 김문수·한동훈 후보를 월등히 앞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한 대행의 지지율은 6%로 한동훈(8%)·김문수(6%) 후보와 엇비슷했다.(※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시간도 촉박하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과의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한을 대선 홍보물 인쇄 발주 마감 예정일인 다음 달 7일로 본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5월 3일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7일까지는 어렵다고 해도 대선후보 등록일인 11일까지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가 완료돼야 한다”며 “한 대행 측도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박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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