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기재부 쪼개기 구상, ‘손보기’ 논란은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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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의 정치화 우려…효율성·재정 건전성 고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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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과 경기 대응이 먼저…우선순위 따져야
대선 바로 다음 날 새 정부가 인수위원회도 없이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유력 대선후보가 있는 민주당이 새 정부 조직의 청사진을 미리 준비할 수는 있다.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떼어내는 아이디어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문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같은 민주당 계열 정부에서도 시도했던 일이다.
하지만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무엇보다 기재부 쪼개기가 과거 기재부와 불화했던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의 나라 곳간지기 손보기 차원이어선 곤란하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인 2021년 당시 문재인 정부의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자린고비’라고 비난했고, 당시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제 법제화에 미적댄다는 이유로 기재부를 개혁 저항세력이라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대선후보로 확정된 당일에도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고 했다. 이 후보가 선호하는 지역화폐에 기재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왔다. 기획예산처는 총리의 실효적인 행정부 통할을 위해 총리실 산하에 두거나 미국처럼 대통령실 산하에 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예산 편성 기능이 대통령실로 가게 되면 예산이 정치 바람에 취약해지는 ‘예산의 정치화’가 우려된다.
과거 예산 기능을 쪼갰다가 다시 합치는 걸 반복했던 이유를 잘 살펴야 한다. 쪼갤 때는 견제와 균형을 중시했고, 합칠 때는 정책의 실효성·효율성과 재정 건전성이 강조됐다. 그렇다면 예산 기능 분리로 인한 정책 조정기능의 약화와 예산 낭비를 제어할 방안은 무엇인지 민주당은 답해야 한다.
대선 직후 정기국회 전까지는 새 정부가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준비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경기 부진에도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한다. 이런 판국에 기재부 쪼개기 논의가 과연 정책 우선순위에 맞는지 따져보기 바란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충분히 논의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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