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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의 시시각각] '야당'만 못한 검사의 결말

영화 '야당'에서 검사 구관희(유해진 분, 오른쪽)는 출세에 눈 멀어 권력을 비호하느라 공생관계인 '야당' 이강수(강하늘)를 배신했다 몰락한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요즘 뒤늦게 입소문 타고 있는 극장 개봉작 ‘야당’을 봤다. 처음 제목만 듣곤 대선 앞둔 민감한 시기에 어떻게 이런 정치 영화를 개봉했나 살짝 의아했다. 알고 보니 우리가 아는 그 야당이 아니라, 마약판에서 수사기관과 마약사범 사이를 오가며 정보 제공 대가로 감형을 끌어내 돈 버는 브로커를 일컫는 그 바닥 은어였다. 단순한 중계자라기보다 양쪽 입맛에 맞게 실적과 형량을 저울질해가며 판 짜는 설계자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허구 아닌 다큐" 관객 입소문 속
정치검사 등장 영화 흥행 눈길
김건희 재수사, 불공정 오명 벗나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출세에 눈먼 검사 구관희(유해진 분)가 특수부 입성을 노리고 정치권력에 굴복해 검찰 출신 유력 대선 주자 아들의 마약범죄를 은폐·조작하려고 공생관계였던 '야당' 이강수(강하늘)를 배신했다가 결국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스포일러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관객 누구나 예측 가능한 전개와 결말로 치닫는다. 한마디로 클리셰 범벅이다. 그런데도 신작 가뭄에다 관객 수는 코로나 이전 대비 반 토막으로 추락할 정도로 최악의 불황인 지금 극장가에서 청불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2주 만에 관객 170만 명을 넘기며 홀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엔 배우들 호연 못지않게, 현실 정치를 떠올리게 하는 여러 설정이 한몫했다. 제작진은 개봉 전 "(제목만 보고) 정치 영화로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했다는데, 정작 영화를 다 본 적잖은 관객들은 "마약판 '내부자들'(2015)"이라며 무슨 다큐멘터리라도 본 것처럼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나리오는 2021년, 촬영은 2023년 마친 후 개봉이 2025년으로 미뤄지면서 공교롭게 딱 요즘 검찰을 작심하고 비판하는 거라 해도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최근 시국을 연상시키는 게 사실이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선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눈치만 보다 아예 덮여버리고, 죽은 권력이 되고 나서야 달려들어 수사하는 매우 불공정한 행태 말이다.
탄핵 인용 일주일 뒤인 지난 11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서울 한남동 관저를 떠나는 모습. 윤 정부 내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은 넘쳤지만 감찰은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 전민규 기자
대표적인 게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여러 수사들이다. 보통 사람들 눈에 의혹투성이인 사건들이 윤석열 정부 검찰에서 뭉개진 게 한둘이 아니다. 가령 지난 대선 전부터 시끄러웠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만 해도 그렇다. 주범들의 혐의가 확인돼 피고인 9명 전원이 유죄를 받았고, 심지어 김 여사와 똑같은 형태로 자금을 댄 '전주'도 이미 대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 여사를 두고서 시간 끌다 고발 4년 6개월만인 지난해 10월 한 차례의 비공개 출장 조사로 특혜 논란만 일으킨 채 석연찮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오죽하면 헌재가 이 수사를 지휘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해 야당이 낸 탄핵안을 기각하면서도 "적절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지휘·감독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을까. 실제로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자마자 6개월 만에 슬그머니 재수사를 결정했다. 이러니 국회에서 "검찰 수사가 권력 유무와 무관하게 공정하게 이뤄진다"고 항변한 검찰 출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말을 누가 믿겠나.

이뿐이 아니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신원도 불분명한 인물과 대북 사업을 논의하며 수백만 원 상당의 럭셔리 브랜드 핸드백과 화장품을 받은 게 영상으로 공개됐는데도, 검찰은 청탁금지법 위반 등에 대해 처벌 규정이 없다고 무혐의 처분을 했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은 이외에도 삼부토건 주가 조작, 정치 브로커 명태균과 얽힌 공천 개입, 그리고 가장 최근 불거진 무속인 건진법사(전성배)가 김 여사에게 전달을 부탁받았다는 수천만 원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매개로 한 이권 개입 등 셀 수 없이 많다.

영화 '야당' 속에선 정치 검사 구관희가 유력 대선 주자 아들의 마약범죄를 은폐하려고 온갖 찌질한 짓을 서슴지 않다 대담하게 권력 한복판에서 판을 짠 '야당' 앞에서 결국 모두 함께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현실 속 검찰은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해서 오명을 씻을지 아니면 영화와 같은 결말로 치달을지 지켜볼 일이다.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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