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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상추를 심으며

오경아 정원 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인제에서 양양 방향으로 번지던 산불이 다행히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오일장이 서는 양양으로 향했다. 상추·고추·오이·호박·깻잎·쑥갓 등 채소를 사 왔다. 벌써 단단히 뿌리를 내린 잡초를 뽑아내고, 쇠갈고리로 흙을 잘 정리한 후, 채소를 심고, 물을 주었다.

남편과 나는 식물 취향이 좀 다르다. 나는 예쁜 꽃을 심어 형형색색 보는 맛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먹을거리가 되는 작물을 좋아한다. 올해는 내가 큰맘 먹고 양보해 줄 맞춰 만들어놓은 목재틀 화단 중 6개나 남편에게 텃밭으로 양보했다.

정원엔 꽃과 채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3년 전 시장에서 백봉오골계 5마리를 사 왔다. 남편은 목수 실력을 발휘해 닭집을 지어주었고, 닭들은 정원에서 뽑은 잡초와 묵은 우리 집 쌀을 먹으며 잘 커 주었다. 이맘때가 되면 늘 병아리가 태어나곤 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암탉 한 마리가 열심히 포란 중이다. 며칠이 흘렀으니, 사나흘 뒤엔 솜털 같은 병아리를 볼 것도 같다.

게다가 내내 배가 불러있던 고양이는 언제 숨어들었는지, 남편 목공방 안 종이박스 안에 새끼를 세 마리나 낳았다. 누런 줄무늬는 ‘치즈’, 까만 줄무늬는 ‘고등어’, 온통 까만색은 ‘까망’이라고 둘째 딸이 새끼 고양이들 이름을 붙여주었다. 4년 전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남편이 구출했었다. 그저 밥만 준다는 마음으로 키웠는데 어느새 어미 고양이가 됐다. “내가 이제 고양이 시집살이까지 하냐”고 투덜거리면서도 남편은 고양이 간식을 사 왔다. 허겁지겁 먹는 고양이 등을 쓰다듬자니, 기특함이 몰려왔다.

시골에 살아도 일에 쫓기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삶은 여전하다. 하지만 봄을 맞는 마음은 많이 달라졌음을 안다. 가까스로 찾아온 봄은 빨리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도시에서든 어디에서든, 잠시 멈춰 찾아온 봄을 바라보자. 거기에 분명, 나를 위로할 봄은 있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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