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레, 이젠 스타 안무가 필요하다”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왼쪽)과 문훈숙 유니버설발레 단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대한민국발레축제추진단]](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30/bcd733e3-d85f-4dfa-a31c-140d7479f916.jpg)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62)은 K-발레의 과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뉴욕시티발레를 만든 조지 발란신, 영국 로열발레단을 세계에 각인시킨 케네스 맥밀런과 같은 안무가가 한국에서도 나올 날이 멀지 않았다”면서다. 1995년부터 30년간 유니버설발레단을 이끌어 온 그는 한국 발레의 살아있는 전설. 그의 재임 기간 유니버설발레단은 국내에서 가장 큰 민간 발레단으로 성장했고, 창작 발레 ‘춘향’(2007년 초연) 등 꾸준히 사랑받는 대극장 레퍼토리를 개발했다.
한국 발레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문 단장과 함께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또 다른 이름은 최태지(66) 전 국립발레단장. 최 전 단장은 1996년 37세의 나이로 단장에 취임해 총 12년간(1996~2001년, 2008~2013년) 국립발레단을 이끌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광주시립발레단장으로 일했다. 국립·시립발레단의 수장으로 지낸 시간만 17년이다.
비슷한 나이, 비슷한 시기에 단장이 돼 국내 양대 발레단을 이끌어 온 두 라이벌이 함께 무대에 선다. 다음 달 28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관객을 맞는 대한민국 발레 축제 15주년 특별공연 ‘커넥션’(conneXion)에서 토크 콘서트를 연다. 29일 예술의전당에서 대한민국발레축제 기자 간담회가 끝난 후 문 단장과 최 전 단장을 만나 한국 발레의 과거와 미래에 관해 물었다.
최 전 단장은 한국 무용수들이 세계적인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자리를 꿰차고 연간 발레 공연 관객 수가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K-발레가 성장해온 과정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서로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했다. “유니버설의 창작 발레 레퍼토리와 연공서열을 무시한 파격적인 주역 캐스팅 등을 보면서 큰 자극을 받았다”면서다. 이어 문 단장은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은 한 몸에 붙은 양쪽 다리”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같은 시기 같은 공연을 올릴 때도 경쟁이 아닌 축제라 생각했다”는 것이 그의 회고다.
두 단장은 최근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 로잔 콩쿠르 등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보인 젊은 무용수들이 국내에 남아있지 않고 해외 발레단으로 향하는 현실에 대해 “국내에 남아도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뮤지컬처럼 한 달 내내 공연이 있다면, 더 많은 무용수가 한국 발레단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박세은이 있는 파리오페라발레는 1년에 200회 가까이 공연하잖아요. 그것도 전용 극장에서요. 우리는 오케스트라를 쓰는 것도, 무대를 여러 번 대관하기도 쉽지 않죠. 이런 환경에서 최근 유니버설발레단이 ‘지젤’ 공연을 11번이나 한 건 놀라운 일입니다.”(최태지)
“지금처럼 한 공연을 4회 올리는 방식으로는 무용수들에게 많은 무대 기회를 주기 어렵습니다. 결국 발레 관객이 늘어야 무대에 설 기회, 직접 발레를 창작할 기회도 늘겠죠.”(문훈숙)
발레 꿈나무들을 위해서는 “늦게 피어나는 무용수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어린 무용수들을 보면 정말 대견하죠. 하지만 2시간짜리 전막 발레는 전혀 다른 영역이거든요. 결국 발레 무용수는 작품을 통해 완성되는 거예요.”(최태지)
“주인공이 되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군무를 함께 하면서 전체 흐름을 경험해봐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주역이 됐을 때 군무 무용수들을 이끌 수 있어요.”(문훈숙)
특별공연 ‘커넥션’에선 김지영 국립발레단 전 수석 등 전·현직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8명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 작품은 클래식 발레의 아버지 마리우스 프티파의 ‘레이몬다’ 파드되(2인무)와 ‘라바야데르’ 파드되,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심청’ 문라이트 파드되, 국립발레단 창작 발레 ‘왕자 호동’ 호동과 낙랑의 사랑 파드되 등으로 창작과 고전을 절반씩 섞었다. 65분 공연의 절반 가량을 무용수들의 갈라 공연으로, 나머지 절반을 두 단장의 토크 콘서트로 채웠다. 예술감독은 김주원 대한민국발레축제추진단 대표가 맡았다.
홍지유([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