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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태극권 바둑’ 43세 조한승의 노익장

KB바둑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조한승 9단. [사진 KB바둑리그]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포스트시즌에서 43세 노장 조한승 9단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4위로 간신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마한의 심장 영암〉은 〈수려한 합천〉과의 준플레이오프 1, 2경기에서 조한승의 마무리 수훈으로 승리를 결정지었다. 그는 이어 〈원익〉과의 플레이오프 1경기에서도 결승점을 만들어냈다. 10초 바둑으로 절대 순발력이 요구되는 KB바둑리그에서 노장 해결사는 참으로 이색적이다.

준플레이오프 2경기는 합천의 신예 강호 한우진이 대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쉬아오훙을 격파하고 영암의 설현준이 합천의 주장 김명훈을 꺾어 일진일퇴. 이어 영암의 주장 안성준과 합천의 중국 용병 판인이 승리를 보태 2-2가 됐다. 최종전에서 다시 조한승이 등장한다. 영암의 마지막 주자 조한승이 합천의 박하민을 격파한 것. 영암은 극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다.

영암이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원익은 자타가 공인하는 강팀이다. 박정환·이지현 ‘쌍포’에 중국 용병 진위청까지 가세해 처음부터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정규리그에서 〈영림프라임창호〉에 밀려 2위가 됐지만, 여전히 바둑리그 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으로 꼽히고 있다.

플레이오프 1경기. 영암의 설현준이 한국 랭킹 2위 박정환을 꺾으며 이변의 조짐이 보였다. 그러나 이지현이 안성준을 꺾고 ‘소녀 강자’ 김은지(랭킹 36위)가 쉬아오훙을 격파하며 저력의 원익은 2-1로 앞서나갔다. 4국, 심재익과 권효진의 대결에서 원익은 결코 질 수 없는 바둑을 놓치고 말았다. 스코어는 2-2.

바로 이 대목에서 조한승이 또 등장한다. 마지막 주자 조한승이 원익의 이원영을 격파하며 영암이 3-2로 이긴 것이다. 안성준과 쉬아오훙은 영암의 핵심 전력이다. 그 둘이 다 지고도 팀이 승리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 국후 인터뷰에서 심재익과 조한승은 “운이란 이런 것인가. 하늘이 도운 것 같다”고 말했다.

KB바둑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결과
바둑은 나이가 중요하다. 특히 10초 바둑 같은 초속기에서는 더 중요해진다. 한데 43세의 조한승이 10초 바둑에서 세 번이나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조한승은 은퇴한 이세돌 9단과 프로 입단 동기다. 이세돌이 격렬한 바둑을 구사하는 데 반해 조한승은 부드러운 바둑을 둔다. 중국 무술 태극권처럼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겨낸다. 조한승은 생애 9번 우승했고, 특히 국수전에 강해 세 번이나 국수 타이틀을 따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조한승은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강동윤, 박정환과 함께 한국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군에 입대했던 조한승은 금메달 덕분에 바로 제대하는 혜택을 누렸다. 조한승은 국수전 우승 상금을 자신의 군부대에 기증했다. 그 무렵이 조한승의 전성기였다.

한데 이상한 일이 있다. 1년 전 조한승은 랭킹 49위였다. 한데 지금은 31위다. 랭킹이 내려가는 게 정상인데 무려 18계단이나 올라갔다. 부드러움이 조한승의 힘이다. 2-2에서 맞이한 플레이오프 1경기 최종국은 조한승의 부드러움이 잘 발휘된 한판이었다. TV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은 “굉장히 잘 둔 바둑, 조한승다운 바둑. (10초 바둑인데도) 무척 침착했다”고 말했다.

잠시 연기됐던 플레이오프 2경기가 다음 달 1일에 열린다. 여전히 전력은 원익이 강하다. 급해진 상황이라 이번엔 중국 용병 진위청도 올 것 같다. 그러나 영암의 기세가 무섭다. 승부는 모름지기 기세가 중요하다. 그리고 영암엔 마지막 대국을 담당하는 43세의 해결사 조한승이 있다.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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