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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보고' 갈라파고스…그곳에 한인 방문자 돕는 동포가 산다

'이민 3세' 손라미 영사협력원, 한국 관광객 안전체류 지원 활동 "섬 방문 까다롭지만, 오시면 후회 없을 곳…범죄도 거의 없어" 보행로 차지한 동물과 거리 유지 필수…"고액 벌금 물 수도"

'생태 보고' 갈라파고스…그곳에 한인 방문자 돕는 동포가 산다
'이민 3세' 손라미 영사협력원, 한국 관광객 안전체류 지원 활동
"섬 방문 까다롭지만, 오시면 후회 없을 곳…범죄도 거의 없어"
보행로 차지한 동물과 거리 유지 필수…"고액 벌금 물 수도"

(푸에르토아요라[에콰도르]=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태동케 한 생물 다양성의 보고,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의 산타크루스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을 하나 꼽으라면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행인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큰 이유가 하나 있다.
보행로 곳곳을 차지한 갈라파고스바다사자나 바다이구아나를 무심코 밟거나 건드리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액수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동물, 특히 갈라파고스바다사자와 2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규칙을 위반해 놓고 그 경위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할 경우 한화로 1천만원 가까이 내야 한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말이다.
이를 아는 듯 갈라파고스바다사자 같은 섬의 '원주인'은 선착장 주변에서 관광객과 때론 장난기 섞인 듯한 조우를 연출하기도 한다.

몸길이 1.5∼2.5m의 거구가 선박 대기용 벤치로 불쑥 올라와 몸을 뻗으면, 사람들은 놀람 반 설렘 반으로 상황을 즐기며 대부분 알아서 자리를 피해 준다. 어린이들은 공포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별다른 공격적 움직임은 없다.
지난 21∼24일(현지시간) 찾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이름도 알기 어려운 생명체들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시시각각 목격하는 흔치않은 경험이 강렬했다.
갈라파고스붉은게들은 마치 손님맞이라도 하듯 화산섬 특유의 검은색 바위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펠리컨들은 어시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생선을 다듬는 상인들과 눈치싸움을 했다.

갈라파고스에서만 번식하는 생물종 중 하나인 바다이구아나는 이 섬에 도착한 관광객이라면 반나절 만에 적어도 30마리 이상 목도할 수 있다. 바닷속 상어의 유영도 금세 흔한 광경이 된다.
기념품 가게에서나 볼 만한 푸른발부비 새는 약간의 행운을 곁들이면 시야에 담긴다.
'거북 횡단로, 멈춤', '이구아나 가는 길' 같은 비포장도로 옆 표지판은 신호등보다 많다고 한다.

외지인에겐 거의 모든 게 생경한 갈라파고스지만, 한국인이라면 뜻하지 않은 만남을 하나 더 기대할 수 있다.
인구 1만7천233명(2022년 12월 에콰도르 통계청 집계 기준)으로, 갈라파고스 제도(2만8천583명) 안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산타크루스섬 푸에르토아요라에서 작년부터 한국 방문객을 돕는 손라미(40) 영사협력원이 그 주인공이다.

손 협력원은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있는 주에콰도르 한국대사관에서 물리적 이유로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각종 영사 업무를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예컨대 사건·사고를 비롯해 한국 방문객의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는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해 우리 대사관에 알리거나 현지 경찰 등과 소통하게 된다.
그는 "영사협력원으로 일한 지난 1년여간 한국 방문객 중에 몇 차례 생활 정보를 물어보는 사례가 있었지만, 사건이나 사고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은 다행히 한 건도 없었다"며 "한국 분들이 사전에 갈라파고스에서 지켜야 할 규칙 같은 것들을 잘 숙지하고 오시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손라미 협력원은 에콰도르 이민 3세대다.
그는 갈라파고스 제도 내 한 선박 회사를 책임지는 남편과 함께 가정을 꾸린 뒤 자녀와 함께 2022년 푸에르토아요라에 생활 터전을 잡았다고 한다.
일생 중 수도 키토에서의 기억이 가장 많다는 그는 "갈라파고스에서 살아보는 건 어떻겠느냐의 남편의 권유에 그러자며 선뜻 수락했다"며 "섬으로 공수해 오는 생필품 가격이 비싸고 의료시설이 많지 않다는 불편함은 있지만, 맑은 공기와 자연을 맘껏 누릴 수 있다는 게 모든 걸 상쇄한다"고 했다.
손 협력원은 방문하기까지 매우 까다롭지만,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인 갈라파고스 입도를 "후회하지 않을 도전"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범죄도 거의 없어서 안전하거니와 "갈라파고스의 진정한 매력인 물속"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다채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단기 체류자 중엔 때론 물이 달라 먹거리가 입에 맞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Gochujang'(고추장) 닭날개 요리 같은 퓨전 한식을 파는 식당이 생겨났을 정도로 음식 때문에 어려워하는 한국 국민은 없었다고 그는 전했다.
손 협력원은 "많은 한국 분이 갈라파고스를 찾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곳에서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상황이든 열심히 도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세계적인 해양 보호구역이자 북반구·남반구 모두에 걸쳐있는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10㎢ 이상 면적의 13개 섬과 그보다는 작은 크기의 110개의 섬 또는 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남미 에콰도르 본토에서 1천㎞ 안팎 떨어져 있는데, 육지로부터 '고립'돼 있다 보니 독자적으로 진화하거나 독특한 생활 방식을 체화한 희귀한 동물들이 대거 분포해 있다.
영국의 생물학자 다윈이 진화론 사상의 기틀을 잡고 1859년에 저서 '종의 기원'을 펴내는 데 영감을 준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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