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실망" 돌연 말바꿨다…트럼프 '최악 지지율' 딜레마
100일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39%로 하락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취임 100일 지지율 52%는 물론, 트럼프 1기 때(42%)보다 낮다.
지지율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는 무차별적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과 주식 시장 붕괴, 그리고 전쟁의 장기화 등이 꼽힌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29일)을 앞두고 갑자기 관세전쟁을 벌이던 중국에 화해 제스처를 보이는 한편, 그간 유화적 입장을 유지해왔던 러시아를 향해 돌연 휴전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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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압박’으로 전환…“크림 반도 책임은 오바마”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련 “나는 그(푸틴)가 공격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에)앉아서 협정에 서명하길 바란다”며 “그가 (빨리) 서명하고 이 일을 끝내길 원한다”고 말했다. ‘푸틴을 믿느냐’는 질문엔 “2주 후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향후 2주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푸틴을 지속적으로 옹호해왔다. 그러다 전날 바티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뒤 돌연 ‘2차 금융 제재’를 언급하며 푸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날도 “그 지역(민간시설)을 폭격한 러시아에 매우 실망했다”며 푸틴을 자극했다.
반면 지난 2월 면전에서 설전을 벌였던 젤렌스키와는 “멋지고 아름다운 회의를 했다”며 “며칠 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했다. 그러나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크림반도에 대해선 “오바마에게 왜 크림반도를 포기했는지 물으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가 포기하는 조건의 협상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와중에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연휴인 다음달 8∼10일 사흘간 휴전한다고 28일(현지시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인도주의적 고려를 바탕으로 승전 80주년 기념일 동안 휴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휴전 기간은 구체적으로 5월 8일 0시부터 10일 밤 12시까지다. 5월 9일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공휴일이다. 승전 80주년을 맞는 올해 러시아는 목요일인 5월 8일부터 연휴에 들어간다.
크렘린궁은 “이 기간 모든 군사 행동이 금지된다”며 “우크라이나는 이 모범을 따라야 하며 우크라이나 측이 휴전을 위반하면 러시아군은 적절히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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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이면 된다”더니…지지율 압박에 “손 뗄 것”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푸틴에 대한 급작스러운 입장 변화와 관련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양측(러시아·우크라이나) 모두를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둘 다 사용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시간 내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이든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역으로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핵심 원인은 무리한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주식 시장의 붕괴가 주요 원인인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쟁 상황을 포함한 국제관계 관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61%의 반대 여론에 부딪힌 상태다.
그러자 JD밴스 부통령은 지난 23일 인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종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은 손을 뗄 것”이라며 아예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할 가능성까지 내비친 상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날 NBC 인터뷰에서 “이번주는 우리가 노력을 계속할지 결정할 매우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이라며 “결실을 보지 못하면 시간과 자원을 계속 투입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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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부정론엔 포퓰리즘 대응…“세금 없앨 것”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인해 확대된 부정적 여론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으로 대응했다.

WP의 여론조사에서 인플레이션 등 물가 관리, 주식 시장, 관세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각각 71%, 67%, 64%를 기록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원 전 대통령(1953∼1961년) 이후 가장 낮은 취임 100일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받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급격하게 낮추고 있는 핵심 사안들이다.
반면 이민 정책에 대해선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도 “나는 범죄자들을 미국에서 내쫓겠다고 공약했고, 선거 공약을 실행해야 한다”며 “그들(불법이민자)은 정신병원에서 나온 정신병자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을 추방하지 않으면 국가를 유지할 수 없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정책에 대한 여론도 긍정 평가가 46%에 불과하다. 다만 부정 평가 비율(53%)이 다른 정책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트럼프의 강성 지지자들의 강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서 여론조사를 두고 “거짓뉴스 기관에서 나온 거짓 조사”라고 즉각 반발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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