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킹 사고 늑장 대응 SKT…소비자 불편·불안 어떡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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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유출 우려…유심 교체도 물량 부족 ‘대란’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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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격 대비한 정보보호체계 점검·개선해야
유심은 이동통신망에서 개인 식별과 인증에 필요한 정보를 저장하는 매체다. 유심 정보를 복제해 문자메시지나 통화, 금융 인증 등을 가로채거나 계정 비밀번호 등을 변경할 수 있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복제폰을 이용해 은행과 증권 앱에 접속해 금전 탈취 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가입자의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사고 발생 이후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T의 대응은 문제투성이다. 지난 18일 밤 홈가입자서버(HSS)가 악성 코드에 감염됐고, 이곳에 기록된 이동가입자식별번호, 단말기고유식별번호, 유심 인증키 등의 유출 가능성이 의심됐지만 외부에 사실을 알린 건 사흘이 지난 21일이다. 사고 관련 기관 신고도 24시간이 훨씬 지난 뒤에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입자 안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내용과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한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안내 문자도 지난 23일부터야 발송을 시작했다. 고객의 불안감과 불만이 커지자 사고를 인지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25일에야 전 가입자 유심 무상 교체를 발표하는 등 늑장 대응을 이어갔다.
SKT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는 유출되지 않았고 2차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지만, 아직도 정보 유출 범위와 규모 등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추가 피해 여부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HSS는 유심 정보와 요금제 등 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통합 데이터를 관리하는 이동통신사의 핵심 인프라로 보안이 철저한 중앙 서버다. 이를 해킹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다.
휴대전화는 디지털 개인정보가 담긴 신분증이자 금융거래 등을 포함한 온라인 업무를 위한 인증조치가 이뤄지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만큼 통신사 해킹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제 “사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투명하게 국민에게 알리는 한편, 관계부처는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정보보호 체계를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SKT도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 보안 강화 등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포함한 소비자의 불안과 불편을 해소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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