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옥금의 한국에 산다는 것] 계약 따로 관행 따로, 이주 선원의 눈물

그러나 그런 종류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는 그 뒤에 숨어 있는 선원들의 눈물은 애써 외면한다. 특히 선원이주노동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으며 하루하루의 삶을 버터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고강도 노동 선원이주노동자
경비 줄인다고 이중 근로계약
사고 나면 급여 훨씬 적게 받아
경비 줄인다고 이중 근로계약
사고 나면 급여 훨씬 적게 받아

이런 상황에서 선원들 중에서도 나이나 경험과 상관없이 가장 아래 지위에 있는 선원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 선원들이 겪는 모든 어려움을 고스란히 겪어야 하는 데다, 이주민으로서 당하는 부당한 처우와 관행을 견뎌야 한다. 고강도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요통 같은 잦은 질병에 시달려도 제때 치료를 받기 힘들고 병원에 가도 지속적인 치료가 어려워 나아지지 않는다. 이런 사정으로 사업주에게 사업장변경 동의를 요청하면 사업주는 몇백만원에서 많게는 천만원 이상까지 돈을 요구하는 관행이 성행한다. 이렇게 사업장변경을 해주지 않다가도 막상 금어기가 되면 사전 통보도 없이 해고할 때도 있다. 일이 없는 동안 급여를 줄 수 없으니 다른 곳에 가서 일하라고 해놓고 퇴직 처리를 해서 이를 모르는 이주노동자가 제때 구직신청을 하지 못해 미등록체류자로 전락해도 구제받기가 쉽지 않다.
선원이주노동자들을 상담해 보면 공통적으로 근로계약 내용이 실제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사업주로부터 받기로 한 임금과 달리 근로계약서에는 대부분 최저임금으로 계약되어 있다. 이렇게 실제와는 상관없이 계약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사업주가 실제 주기로 한 돈을 지급하면 큰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편법은 어디까지나 편법이다. 아마도 사업주는 이렇게 급여를 낮춰 계약함으로써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각종 보험료 등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임금을 체불하더라도 계약서에 있는 금액만을 기준으로 체불금액을 인정하겠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퇴직금을 정산할 때도 문제가 된다. 사업주의 주장을 반박할 자료가 없는 선원이주노동자는 대책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업주들은 임금을 체불해놓고 계약보다 더 돈을 주었으니 선원이주노동자로부터 그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우기는 사례도 있었다. 영리한 사업주들은 근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계약서상 임금보다 추가되는 금액은 현금으로 따로 준다. 근거가 없으니 관계기관에서도 이주노동자의 편을 들어주기 힘들다. 이런 경우 근로자는 계약서상 근로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출퇴근 개념이 없는 선원이주노동자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다 큰 문제는 선원이주노동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다. 베트남인 레반민(가명)씨는 작년 말에 거친 파도에 흔들리는 배 위에서 조업하다 굵은 철기둥에 팔꿈치를 맞아 힘줄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았다. 치료 기간에 상병급여를 받아야 하는데 사업주는 실제 급여가 아닌 계약서상 급여로 신청해 실제보다 훨씬 적은 상병 급여를 받았다고 우리 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왔다. 사업주를 어렵게 설득하고 근거자료를 수협에 제출하여 재심사를 통해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늦게라도 인정을 받으면 다행인데, 사업주가 협조하지 않거나 근거자료가 부족하면 수협에서도 굳이 적극적으로 심사해주지 않는다.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 노동부 등 관계기관에서는 이제라도 선원이주노동자들의 계약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서 실제와 다른 계약은 바로잡고, 이중계약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선원이주노동자도 우리가 다양한 수산물을 먹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이 더 이상 억울한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될 때 우리는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풍성한 식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원옥금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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