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엔 '프란치스코' 한 글자와 흰장미 한송이 뿐…교황 영면

장례 미사는 26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됐다. 미사가 시작하기 4시간 전부터 광장 인근에는 교황을 애도하기 위해 모인 인파로 가득했다. 이들은 성가와 함께 묵주 기도를 드리며 교황을 기다렸다. 오전 9시 45분쯤 장례 절차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목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입당송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가 흐르며 장례 미사는 본격화했다. 기도와 성경 강독, 성찬 전례,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는 고별 의식 순서로 약 2시간 10분 동안 이어졌다. 추기경단 단장인 이탈리아 출신의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주례하고,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했다.


신도들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위해 운구 행렬은 사람이 걷는 속도로 이동했다. 건물에는 ‘고맙습니다. 프란치스코’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신도들은 눈물과 기도, 그리고 박수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웅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장례 미사에 25만명, 운구 행렬에 15만명 등 모두 40만 명이 교황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고 추산했다.

외신들은 이날 해외 정상들과 왕족, 추기경과 주교 등이 교황의 장례미사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필리프 벨기에 국왕,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대리 참석한 윌리엄 왕세자,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 등 전세계의 지도자들이 모였다. 한국 정부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조문 사절단을 파견했다. 한국천주교를 대표해 염수정 추기경, 이용훈 주교, 정순택 대주교 등이 함께했다.

그러나 장지인 성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마지막으로 맞이한 이는 빈곤층, 노숙자와 이주민과 같은 소외된 이들이었다. 이들 40여명은 각자 손에 하얀 장미를 들고 있었다. 이들 무리에서 아이들 몇 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에 하얀 장미를 놓았다. 교황청은 “가난한 이들은 신의 마음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한 교황의 마음과 가르침도 그러하다”고 발표했다.

장례 절차가 이날 마무리되면서 다음달 4일까지 9일간의 애도 기간(노벤디알리)이 이어진다. 매일 저녁 추모 기도회가 열리며, 교황의 무덤은 27일부터 대중에게 공개된다.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는 이르면 6일 시작될 예정이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성당에서 교황 선출 절차에 들어간다. 교황청 내 방문자 숙소인 ‘성 마르타의 집’에 격리된 채로 버스로 시스티나 성당으로 향한다. 교황이 선출되면 흰 연기를 성당 굴뚝에서 피워 올리고, 선거인 중 수석 추기경이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새 교황이 탄생했다는 뜻)”이라고 알린다.
이번 콘클라베는 어느 때 보다 안개에 둘러 싸여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변부 국가에서 추기경을 대거 임명해 추기경들이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일반 회의에서 연설과 비공식 대화를 통해 교황 후보군을 추려나가는 작업을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쟁점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신적 유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 색채가 강했다. 가톨릭 교회의 외연을 확장했지만, 보수파 성직자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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