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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편들던 트럼프, 푸틴에 이례적 경고장…교황 장례식 계기됐나

젤렌스키와 일대일 만남후 어조 변화…가디언 "각성에 적합한 순간" '우크라정책 방향 전환' 속단은 섣불러…"트럼프 변덕에 허사 될 수도" EU 수장, 선종해서도 '외교 무대' 선사한 교황에 "다리 놓았다" 추모

러 편들던 트럼프, 푸틴에 이례적 경고장…교황 장례식 계기됐나
젤렌스키와 일대일 만남후 어조 변화…가디언 "각성에 적합한 순간"
'우크라정책 방향 전환' 속단은 섣불러…"트럼프 변덕에 허사 될 수도"
EU 수장, 선종해서도 '외교 무대' 선사한 교황에 "다리 놓았다" 추모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 참석해 유럽 정상들과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해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일각에서 '깨달음의 순간'과 비교할 정도로 극적인 어조의 변화라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지만,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예단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이뤄진 독대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푸틴은 지난 며칠간 민간 지역과 도시, 마을에 미사일을 쏠 이유가 없었다"며 "아마도 그는 전쟁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은행', '2차 제재' 등을 거론하며 "그가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을 향해 내놓은 가장 선명한 경고 메시지라 평가할 만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책임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더 이해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우크라이나에는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는 입장을 취해 안팎의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이날 발언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급격한 입장 선회 조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교황의 장례식에서 '다리를 세우라'는 요구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계시를 받았다"며 "미국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가진 상징적 대화 이후 푸틴 대통령이 종전을 원치 않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촌평했다.
가디언은 특히 요르단강에서 세례받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담긴 모자이크화를 배경으로 의자 두 개만 놓은 채 대화하는 두 정상의 모습이 "극적이었다"며 "깨달음에 적합한 순간이었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특사인 키스 켈로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이 사진을 올리며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라는 마태복음 구절을 인용했다.
주 교황청 미국 대사를 지낸 조 도널리는 폴리티코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마도 이 회담으로 우크라이나와 세계에 좋은 결과가 나오길 희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신비주의적인 수사를 걷어내고 보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 과정에는 극적인 면이 있다.
원래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해외 순방은 5월 사우디아라비아로 예정돼 있었다.
공교롭게도 생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여러 차례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 교황의 선종으로 이 일정보다 먼저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를 상의할 대형 외교 무대가 열렸다.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젤렌스키 대통령 주변에서는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설전을 벌인 호된 기억을 고려해 유럽 지도자들을 중재자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번엔 '평화로운 독대'가 이뤄졌다.
한편, 이날 교황의 장례 미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압박'이 이어졌다.
장례 미사를 주례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단장은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했던 "벽이 아닌 다리를 놓으라"는 말을 인용했다.
교황의 운구행렬 종착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앞에서는 난민과 수감자, 노숙인, 트랜스젠더 등 소수자 40여명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언에 따라 교황청이 특별히 초청한 이들이었다.
DPA 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장례식이 끝난 뒤 X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리를 놓았다"며 "어쩌면 우리는 그 다리 위를 걷고 있을지 모른다"고 추모의 뜻을 표했다.
가디언은 "때때로 장례식은 마가(MAGA·트럼프의 선거 구호) 지지자들을 자극하기 위해 기획된 것처럼 보였다"며 "그러나 서방이 화합한 드문 순간에 냉정함이 우세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몇 마디를 근거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의 향방을 예측하는 것은 섣부른 일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교황의 장례식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두 번째 회담을 할 것으로도 기대됐으나 그대로 바티칸을 떠났다.
이날 푸틴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는 자신의 러시아 상대 정책을 비판한 뉴욕타임스(NYT)의 백악관 담당 선임기자 피터 베이커를 맹비난하던 끝에야 나온 것이기도 하다.
가디언은 "당연히 이 모든 것은 허사가 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은 악명 높게 변덕스럽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적이 된 베이커 기자는 이날도 '우크라이나부터 정부 기관 칼질까지, 트럼프가 푸틴의 손에 놀아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러시아의 입맛에 맞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빼곡히 열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수용하라 압박하는 동안 푸틴 대통령에게 어떤 양보를 요구하는지 여전히 불명확하다"고 적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고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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